‘재송동 아파트 화재’ 경보기 끈 직원들 “업무상 과실치사 아냐”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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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기 끈 점 인정하나 과실치사 관련성 없다” 주장
검찰 “관리사무소 안전불감증이 낳은 참변” 판단

지난해 6월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가족 3명이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6월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가족 3명이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6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일가족 3명이 숨진 재송동 아파트 화재(부산일보 2022년 6월 28일 자 8면 등 보도)와 관련해 화재경보기를 꺼뒀던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재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화재경보기를 끈 행위와 업무상 과실치사는 관련성이 없으며, 설령 경보기가 울렸더라도 인명 피해를 피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3단독 김주영 판사는 지난 10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사무소 당직 근무자 A 씨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화재 발생 58시간 전부터 화재경보기를 껐고, 평소에도 수시로 화재경보기를 꺼뒀다고 봤다. 이들은 화재경보기가 자주 울려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202회에 걸쳐 화재경보기 작동을 멈췄다. 검찰이 이 아파트 화재경보기 작동실태를 분석한 결과 경보기가 켜져 있는 시간은 주중 낮 시간 일부에 불과했다.

검찰은 사건 당일 화재가 발생해 관리사무소 화재수신기에 신호가 전달됐지만, 경보기를 울리거나 현장에 출동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화재수신기를 초기화해 3명이 사망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관리사무소장, 시설팀장, 방재관리자 등 A 씨의 상급자들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A 씨 측은 화재경보기를 꺼뒀던 소방시설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으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부인했다. A 씨 변호인은 “평소에 경보기를 차단했다는 잘못과 업무상 과실치사 부분에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며 “검찰은 당시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발생했던 일부 세대만 조치를 할 수 있었다고 보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관리사무소장 등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다른 관계자들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또 화재 발생을 확인하자마자 구출·대피 작업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A 씨 변호인은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기록 중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는데, 여기에 따르면 비상경보 설비 작동 여부와 상관없이 재실자 모두 사망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와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화재 시뮬레이션, 법의학 자문 등 결과 정상적으로 화재경보기가 울려 피해자들이 대피했다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화재가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참사라고 결론을 내렸다. 피고인들이 핵심 혐의를 부인하고,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양측이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려 법정 공방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6월 27일 오전 4시 9분 재송동의 한 고층아파트 13층에서 발생한 이 화재는 50대 부부와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앗아갔다. 사건 당시 관리사무소가 화재경보기를 꺼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됐고, 화재경보기 임의 정지 행위에 대한 책임과 안전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앞으로는 화재경보기를 끌 경우 입주자에게 미리 알리고, 화재신호 감지 시 소방시설을 모두 재가동해야 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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