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진영논리 벗어나 상생사회 만들자” 1000명 선언
종교계 등은 “진영논리 벗어나 상생사회를 만들자”며 1000명 선언을 하고 나섰다.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상임대표인 도법 스님과 천주교 인천교구 호인수 신부,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 함석헌 선생의 제자로 씨알사상연구소장을 지낸 박재순 목사, 동학민족통일회 노태구 상임의장, 조소앙삼균학회 조인래 이사장, 도산애기애타회 조현주 공동대표 등 115명의 공동제안자들은 15일 진영논리를 벗어나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구 소재 다일공동체에서 발표한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일천인 선언문’에서 “진영 논리가 활개를 치며 정치적 양극화와 국민 분열이 심상치 않다”고 최근 사회 상황을 진단하고서 이같이 밝혔다.
선언자들은 “진영논리의 내면에는 비뚤어진 공감에서 생겨나는 혐오가 있다”며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기 성찰을 하고 통합적인 역사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국민을 통합하려면 좌 편향, 혹은 우 편향의 역사관이 아니라 동학농민혁명과 독립협회 운동에서 비롯되어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흐름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찾고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지향하는 역사관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상생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파를 넘어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당, 정치인, 단체, 시민과 연대 운동을 하자고 제언했다.
이 선언에는 지난 13일까지 1000여 명이 찬동 의사를 표명했다.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 사회 실현을 위한 일천인 선언>
지금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정치적 양극화와 대결정치가 기승을 부리며 극우·극좌 선동과 권위주의적 독재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진영논리가 활개를 치며 정치적 양극화와 국민분열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치권은 사생결단의 적대정치를 벌이고 있고, 국민은 준내전 상태로 분열되어 나라가 두 동강 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가장 무서운 적은 밖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습니다. 진영논리가 이대로 격화한다면 우리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증오와 혐오의 시대로 빠져듭니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를 집어삼키는 파시즘이 등장해 우리 사회가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파시즘은 민주주의의 골수에 잠복해 있으며 민주주의의 면역체계가 약화되면 바이러스처럼 증식합니다. 진영논리는 민주주의의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악성 독소입니다.
이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진영논리를 시급히 극복하여 파시즘의 마수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해내야 합니다. 나아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서로를 살리는 상생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깨어 있는 씨ᄋᆞᆯ(국민)이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실천하는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 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하나, 우리 각자가 자기성찰을 해야 합니다. 진영논리의 내면에는 비뚤어진 공감에서 생겨나는 혐오가 있습니다. 자기 진영에 대한 과잉 공감이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불러옵니다. 하지만 사람은 하늘처럼 존엄한 존재이므로 결코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존엄성에 대한 자기성찰을 통해 사람은 사람을 혐오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둘, 통합적인 역사관을 정립해야 합니다.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국민을 통합하려면 좌 편향 혹은 우 편향의 역사관이 아니라, 동학농민혁명과 독립협회 운동에서 비롯되어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흐름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찾고,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지향하는 역사관을 정립해야 합니다.
셋, 대결정치를 화합정치로 바꿔야 합니다. 대결정치의 제도적 원인은 권력의 집중과 독점에 있습니다. 고도의 중앙집권 체제, 제왕적 대통령제, 거대 양당 중심제 등 승자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탓에 대결정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풀뿌리자치, 연방적 지방분권제, 직접민주제, 실질적 다당제 등을 제도화하는 정치개혁을 단행하여 권력의 분산과 공생을 통한 화합정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서로를 죽이는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서로를 살리는 상생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하나, 정파를 초월하여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당·정치인·단체·시민과 연대하여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운동을 펼친다.
하나, 마을(읍면동)에서는 마을 주민과 함께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마을 실현을 위한 운동을 펼친다.
하나, 각자는 자기 삶의 현장에서 자기성찰 수행, 통합사관 정립, 화합정치 실현을 실천한다.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일천인 선언자 일동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