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 여파 부산 생산·소비·투자 모두 줄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동남통계청, 7월 부산 산업활동 동향

기계·장비수리 등 급감, 생산 -21.4%
미국발 긴축정책 영향 소비 1.1% 감소
부동산 경기 바닥 건설 수주 75.5% 하락
지역 주력 산업 부진 탓 경제 전반 악화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조선업계의 업황이 7월 부산 산업활동에 그대로 반영됐다. 부산은 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 전 부문에서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31일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7월 부산지역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부산의 광공업 생산 지수는 98.6(2020년=100)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1.4% 줄어든 수치다. 소비(대형 소매점 판매)는 1.1%, 투자(건설 수주)는 75.5% 감소했다. 생산과 소비, 투자에서 모두 감소세가 나타난 이른바 ‘트리플 감소’다.

부산 산업활동 전반의 부진은 주력인 조선업의 불황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수주 자체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데다 용접공 등 필수 인력을 수급하지 못해 난항을 빚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 상황에서는 배를 만들어도 적자 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계절적인 요인까지 일시적으로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7월 부산의 광공업 생산 실적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차금속(11.5%), 의약품(21.7%) 등은 실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황과는 별개로 조선기자재 업계는 수주한 선박의 설계가 마무리되면서 기자재 발주가 이어지고 있어 좋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계·장비수리(-79.5%)에서 큰 하락세를 보였고, 전기·가스·증기업(-49.5%) 등에서도 큰 폭의 감소를 기록해 광공업 생산은 전체적으로 21.4%가 줄었다. 광공업 출하도 1차금속, 전자장비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기계·장비수리(-79.4%), 전기·가스·증기업(-54.2%) 등에서 지표가 대폭 하락했다. 재고 지표도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111.7%), 기계장비(24.9%) 등이 증가세를 보여 15.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재고량 증가는 전형적인 불황의 신호다. 특히, 경기가 안 좋은 시기가 찾아오면 지표가 6개월 씩 선행하는 경우가 잦은 데 부산 상공계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산의 소비 역시 하락세다. 대형마트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0% 늘었으나 백화점이 2.3% 감소하면서 전체 지수는 1.1% 감소했다. 소비를 상품군별로 살펴보면 화장품과 음식료품, 가전제품 등의 소비는 늘어났다. 그러나 의복, 신발·가방, 기타상품, 오락·취미·경기용품 등에서 감소 폭이 컸다.

이는 지난해 양적완화를 거둬들인 미국의 긴축정책 여파가 부산 지역까지 밀어닥친 결과로 풀이된다. 신발과 가방, 경기용품 등 레저 소비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중국 시장의 반등이 매출 증가를 가져올 것을 기대했지만 현장의 상황은 정반대다.

투자에선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건설수주액이다.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부산의 건설수주액은 4687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5.5%나 줄어든 수치다. 중앙정부가 발주하는 공공부문 발주에서 발주하는 건설 투자는 늘었다. 그러나 대부분 대기업의 몫으로 돌아갔고, 향토 건설사의 몫으로 떨어질만한 공기업 발주는 56.3% 줄었다. 민간부문 발주는 운수·창고·통신에서 늘었지만 부동산에서 75.9% 급감했다.

부산상공회의소 심재운 기업동향분석센터장은 “현재 신설법인 수가 펜데믹보다 30~40% 줄었고 건설을 비롯해 시장 자체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