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나들이 다녀온 후 열나고 몸살…범인은 ‘털진드기’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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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열성질환, 쓰쓰가무시병]
고열·오한 등 초기 증상 후 홍반성 발진·가피 발생
심하면 합병증으로 전신경련·폐렴·심근염 등 유발
야외 활동 시 긴팔 옷 입고 진드기 기피제 뿌려야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는 쓰쓰가무시병의 초기 증상은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 복통, 인후염 등이다.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는 쓰쓰가무시병의 초기 증상은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 복통, 인후염 등이다.
쓰쓰가무시병의 잠복기가 지나면 좁쌀 크기의 홍반성 발진(왼쪽)과 5~20mm 크기의 가피(오른쪽)가 발생한다. 부산백병원 제공 쓰쓰가무시병의 잠복기가 지나면 좁쌀 크기의 홍반성 발진(왼쪽)과 5~20mm 크기의 가피(오른쪽)가 발생한다. 부산백병원 제공

제법 바람이 선선해졌다. 여행‧등산은 물론 추석맞이 벌초‧성묘 등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하지만 가을은 진드기 질환을 주의해야 할 계절이기도 하다. 올해 진드기 감염 사망자가 벌써 20명을 넘어섰다. 야외 나들이 이후에 열이 나고 감기‧몸살 증상이 있다면 진드기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좁쌀 크기의 홍반성 발진 발생

쓰쓰가무시병은 가을철 열성 질환의 대표적인 질병 중 하나로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Orientia tsutsugamushi)균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서 발생한다. 털진드기의 유충이 사람의 피부에 달라붙어 체액을 흡입할 때 생긴 상처를 통해 균이 인체에 침투해 발병한다. 쓰쓰가무시병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가을철인 9월부터 발생률이 높아져서 11월까지 꾸준히 증가한 후 12월부터 점차 감소한다.

털진드기 유충은 약충으로 성장하는 단계에서 포유동물의 조직액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람이나 야생 쥐의 체액을 흡입한다. 가을철은 털진드기 유충의 번식기인 데다 활발해지는 야외 활동으로 인해 쓰쓰가무시병이 많이 발생한다. 털진드기 유충의 크기는 0.1~0.2mm로 맨눈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진드기에게 물려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쓰쓰가무시병이 많이 알려져 진드기나 벌레에게 물리면 바로 병원을 찾기도 하지만,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린 뒤 1~3주가량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나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도 많다.

쓰쓰가무시병은 사람의 혈관내피세포에서 혈관염을 유발해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 복통, 인후염 등의 초기 증상이 나타난 후 며칠 뒤에 좁쌀 크기의 홍반성 발진과 5~20mm 크기의 가피(딱지)가 발생한다. 홍반성 발진은 경계가 명확하고 가려움이 없으며, 주로 배와 가슴 등 체간에서 피부 발진이 시작돼 전신으로 퍼지고 1~2주 뒤에 호전된다. 가피는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발생하며, 1~3개 정도가 형성된다. 초기 구진에서 수포, 궤양을 거쳐 검은색 가피로 덮이고 가피 주변은 붉은색 홍반으로 둘러싸인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오금 등 피부가 겹치고 습한 부위에 잘 발생해서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발열과 발진 외에도 오심, 구토, 설사 및 호흡기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합병증으로 인해 의식 변화, 전신 경련, 폐렴, 심근염, 쇼크, 호흡부전, 급성신부전, 뇌수막염 등의 중증 경과를 보일 수 있고,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감염내과 강진숙 교수가 쓰쓰가무시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감염내과 강진숙 교수가 쓰쓰가무시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항생제 복용하면 며칠 이내 호전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감염내과 강진숙 교수는 “전형적인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혈청학적 진단을 같이 시행하지만 쓰쓰가무시 항체가 발병 1~2주 이후에 생성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는 피검사로 진단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렙토스피라, 신증후군출혈열 등 다른 감염성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시사이클린이나 아지스로마이신 등의 경구 항생제로 치료하며, 며칠 이내에 호전을 보인다. 치료가 지연되거나 고령의 기저질환자는 합병증으로 인해 중증의 경과를 보일 수 있다.

쓰쓰가무시병은 홍역이나 볼거리처럼 면역이 형성되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감염이 됐다고 하더라도 재감염될 수 있다. 무엇보다 쓰쓰가무시병은 예방을 위한 백신이 없다. 최선의 예방법은 털진드기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증상 발생 시 즉시 치료하는 것이다. 야외 활동 시에는 긴팔 옷을 입거나 토시를 착용하는 등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옷 위에 진드기 기피제를 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풀밭에 눕거나 옷을 벗어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야외 활동 후에는 옷을 털어서 세탁하고, 사용한 돗자리는 씻어서 햇볕에 말린다. 샤워나 목욕으로 몸에 붙어 있을지도 모를 진드기를 제거하고 머리카락, 겨드랑이,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지 않은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강진숙 교수는 “쓰쓰가무시병은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야외 활동 이후 3주 이내에 발열 등 증상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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