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기업들,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국내 첫 양산 채비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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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사출 '도원플라텍'과 바이오 스타트업 '에스앤비아'
2년 간의 연구 끝에 적층 방식 연간 2000만 개 양산 라인 완성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한국 질병관리청과 백신 패치 연구 돌입

에스엔비아와 도원플라텍이 질병관리청 등과 함께 개발한 세계 최초의 결핵 백신 마이크로 니들 패치. 에스엔비아 제공 에스엔비아와 도원플라텍이 질병관리청 등과 함께 개발한 세계 최초의 결핵 백신 마이크로 니들 패치. 에스엔비아 제공

부산의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국내 최초로 의료용 첨단기술인 마이크로 니들의 양산화 체계를 갖췄다.

부산 강서구에 본사를 둔 특수 플라스틱 사출 전문업체인 '도원플라텍'과 부산대 출자 바이오스타트업 '에스엔비아'는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연간 2000만 개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12일 밝혔다.

마이크로 니들은 말 그대로 미세한 플라스틱 주사바늘이다. 기존에는 체내로 약물을 전달할 방법이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마이크로 니들은 미세한 플라스틱 바늘을 대량으로 만들어 약물을 코팅한 다음 바늘이 빼곡하게 붙은 패치를 반창고처럼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된다. 패치를 붙이고 있는 동안 바늘 끝에 코팅된 약물이 통증 없이 체내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 니들은 의사나 간호사가 없어도 셀프로 주사약을 투약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거나 대대적인 격리 상황을 겪은 세계 각국에서 이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에스엔비아는 2019년 말 적층 코팅 방식의 마이크로 니들을 착안하고 미세한 사출 공정을 맡아줄 업체를 찾다 도원플라텍과 손을 잡게 됐다. 에스엔비아 이강오 대표는 “당초엔 이 정도로 정밀한 플라스틱 의료기기를 사출할 수 있는 곳은 부산에 없을 꺼라고 지레짐작하고 서울로 가려고 했는데 도원플라텍과 연이 닿았다”면서 “장비를 구하고 시제품을 만들기까지 정말 많은 고생을 했지만 부산 기업끼리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로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2년 간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 수준으로 클린룸에서 동일한 품질의 적층형 마이크로 니들을 연간 2000만 개 씩 대량 양산할 수 있는 라인을 완성했다. 자가 투여가 가능한 의료형 마이크로니들은 기존의 백신과 달리 상온에서 유통과 보관이 가능해 양산도 문제가 없다.

현재는 국내외 연구기관과 협업으로 마이크로니들 맞춤형 백신과 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올해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말라리아 백신 패치를 수주받아 현재 시편을 공급했고, 국내에서는 질병관리청과 함께 연초에 화제가 됐던 원숭이두창 백신 패치를 연구하고 있다.

도원플라텍 최경옥 대표는 “좋은 장비와 기술을 갖춘 부산 기업이 많지만 크게 알려지지 않아 수도권에서 자기들끼리 국산화 실패를 단정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면서 "이번 제품 개발을 통해 지방에도 기술력 있는 업체가 많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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