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바다미술제’ 일광을 산책하며 바다를 생각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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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 카펜터와 토모 키하라의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 뒤쪽으로 바다 안에 설치된 펠릭스 블룸의 작품 ‘바다의 풍문’이 보인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이알 카펜터와 토모 키하라의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 뒤쪽으로 바다 안에 설치된 펠릭스 블룸의 작품 ‘바다의 풍문’이 보인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3 바다미술제는 오는 11월 19일까지 일광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다. 류지혜 기자 birdy@ 2023 바다미술제는 오는 11월 19일까지 일광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다. 류지혜 기자 birdy@

일광에서 만나는 예술의 바다. ‘2023 바다미술제’가 지난 14일 막을 올렸다. 오는 11월 19일까지 이어지는 바다미술제에는 20개국 43명의 예술가들이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를 주제로 총 42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부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과 옛 일광교회, 신당 등에 전시된 바다미술제 작품을 현장 가이드맵과 함께 소개한다. 지도에 표시된 번호와 작품 설명을 비교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일광 지역을 산책하며 바다와 해양 생물,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로 새롭게 상상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2023 바다미술제, 제이알 카펜터&토모 키하라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 연작 중 하나.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제이알 카펜터&토모 키하라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 연작 중 하나. 오금아 기자

1. 제이알 카펜터&토모 키하라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

기후 환경에 질문을 던지는 다섯 개의 시적 문구를 도로 표지판 형태로 만들어 해변 곳곳에 설치했다. ‘여기 바람이 산다’는 태풍을 뜻하는 동시에 태풍의 계절이 아닐 때도 바람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흩어진 5개의 표지판은 어떤 순서로 읽어도 무방하다. 작품 소개 표지판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동일한 시리즈의 증강현실 프로젝트에 접속할 수 있다.


2023 바다미술제, 손몽주 ‘일광 스윙’.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손몽주 ‘일광 스윙’. 오금아 기자

2. 손몽주 ‘일광 스윙’

나무 조각이나 해양 쓰레기 등 바다 위에서 부유하는 것들을 모아 그네 구조물을 만들었다. 관람객이 직접 바다를 바라보며 그네를 타볼 수 있다. 작가가 기존에 진행한 ‘영도 스윙’과 풍선 작업을 결합해 그네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숨을 쉬는 형태를 취했다. ‘숨쉬는 그네’에 손을 올려 바다를 떠돌던 것들이 가진 생명성을 느껴보는 것도 추천한다.


2023 바다미술제, 야스아키 오니시 ‘경계의 레이어’. 김종진 기자 kjj1761@ 2023 바다미술제, 야스아키 오니시 ‘경계의 레이어’. 김종진 기자 kjj1761@

3. 야스아키 오니시 ‘경계의 레이어’

인간이 만든 펜스 구조물로 분리와 경계를 만들었다. 인간과 바다를 구분하는 경계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가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추출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4. 수퍼플렉스 ‘모든 것은 물이다’

덴마크 출신 3인조 콜렉티브 수퍼플렉스의 영상 작품으로 해변에 설치된 나무 집 안에서 만날 수 있다. 과학자 아냐 웨그너가 물고기의 사회적 행동에 건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실험을 담아낸 것으로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첫 공개되는 작품이다.


2023 바다미술제, 게리 젝시 장 '오션 브리핑'.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게리 젝시 장 '오션 브리핑'. 오금아 기자

5. 게리 젝시 장 ‘오션 브리핑’

급변하는 세상에서 영감을 얻어 자막을 해변에 띄우는 형식의 작품이다. 바다미술제 기간 중 날씨에 따라 자막의 내용이 매일 변화한다.


2023 바다미술제, 조은필 '빛과 어둠 사이'.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조은필 '빛과 어둠 사이'. 오금아 기자

6. 조은필 ‘빛과 어둠 사이’

바다 위의 배라는 익숙한 풍경에 푸른색 레이스를 뒤덮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냈다. 작가에게 푸른색은 바다의 의미가 아니라 어둠을 의미한다. 사물을 푸른색 레이스로 뒤덮어 평소에 보지 못했던 부분을 감각하게 만든다.


2023 바다미술제, 김덕희 '메아리, 바다 가득히'.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김덕희 '메아리, 바다 가득히'. 오금아 기자

7. 김덕희 ‘메아리, 바다 가득히’

진주와 비즈를 엮어 그물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었다. 다대포 갯바위에서 타다 남은 양초 등 제를 지낸 흔적을 발견한 작가는 바다를 ‘애도와 기도의 장소’로 해석했다. 사전에 모집한 시민들의 사연이 모스 부호로 작품 속에 포함되어 있다.


8. 펠릭스 블룸 ‘바다의 풍문’

바다 가운데 설치된 작품으로, 파도가 연주하는 대나무 피리 오케스트라를 감상할 수 있다. 바다미술제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 전시감독은 대나무가 홍수 예방용 방벽을 세우는데 사용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바다에 대형 대나무 피리를 꽂아두는 형태로,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설치가 가장 힘들었던 작품 중 하나이다.


2023 바다미술제, 양자주 ‘바다로부터’. 뒤쪽으로 펠릭스 블룸 '바다의 풍문'이 보인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3 바다미술제, 양자주 ‘바다로부터’. 뒤쪽으로 펠릭스 블룸 '바다의 풍문'이 보인다. 김종진 기자 kjj1761@

9. 양자주 ‘바다로부터’

한국의 흙집에 관심을 가진 작가가 과거 해초를 섞어서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든 작업이다. 어물전에서 쓰던 나무 패널 위에 해초와 흙을 섞어 구운 세라믹 벽돌, 일광 해변에서 채집한 해초를 넣은 투명 벽돌를 쌓아 올렸다. 세라믹 벽돌에서는 해초가 불에 타서 남은 까만 점 같은 흔적을 볼 수 있으며, 수평선에 높이를 맞춘 투명 벽돌을 통해 바다에서 온 자원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제공한다.


2023 바다미술제, 스튜디오 1750 ‘수생정원’. 김종진 기자 kjj1761@ 2023 바다미술제, 스튜디오 1750 ‘수생정원’. 김종진 기자 kjj1761@

10. 스튜디오 1750 ‘수생정원’

해양오염으로 산호초가 사라지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해수를 정화하는 수초에서 착안해 정화 필터의 내부 소재를 활용했다. 플라스틱 산호초 속을 거니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생각을 같이 전달한다. 전시 연계 체험 프로그램 ‘괴물이 산다’에서 바다 생명체 형상의 종이 모자를 만들고, 이 모자를 쓰고 작품 속을 거닐면 독특한 소리가 난다.


11. 아리 바유아지 ‘파도의 흔적’

인도네시아 출신 작가가 버려진 어망과 로프를 주워서 재가공해서 만든 작품이다. 바다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플라스틱에 대해 생각하며, 의미 없는 폐기물로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까를 질문한다.


2023 바다미술제, 시마 누스라트 '떠 있는 조각'.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시마 누스라트 '떠 있는 조각'. 오금아 기자

12. 시마 누스라트 ‘떠 있는 조각’

기후 변화, 해수면 상승에 관심을 가진 작가의 작품이다. 부산의 풍경을 찍은 사진 속 파란 지붕에서 영감을 받았다. 일광천에 물에 반쯤 잠긴 기와 지붕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했다. 일광천 조수간만의 차를 계산해서 작품 설치에 반영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도시 홍수에 대한 생각과 현대화의 물결에 휩쓸린 전통 유산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2023 바다미술제, 윤필남 '심해의 명상'.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윤필남 '심해의 명상'. 오금아 기자

13. 윤필남 ‘심해의 명상’

바다 속을 거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사색의 통로로 강송정공원에 설치되어 있다. 일광천에서 출발해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서 감상하면 된다. 통로를 둘러싼 천의 색깔이 푸른색에서 시작해 바다 쪽은 붉은색이 된다. 윤슬을 표현한 것인 동시에 바다가 가진 다양한 색을 보여준다.


2023 바다미술제, 레나타 파도반 '맹그로브 시리즈'.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레나타 파도반 '맹그로브 시리즈'. 오금아 기자

14. 레나타 파도반 ‘맹그로브 시리즈’

바다와 육지 사이에 위치한 맹그로브는 다양한 생물종이 기대어 사는 서식처이며, 해안 침식과 쓰나미의 위험에서 육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각종 개발로 맹그로브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작품을 제작했다. 붉은색의 맹그로브 구조물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를 전한다. 작품이 설치된 이천교 건너편에는 습지가 있어 일광천의 생태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2023 바다미술제, 무한나드 쇼노 '바다에서의 달콤한 허우적거림'.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무한나드 쇼노 '바다에서의 달콤한 허우적거림'. 오금아 기자

15. 무한나드 쇼노 ‘바다에서의 달콤한 허우적거림’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사우디아라비아관에 참여한 작가가 옛 일광교회의 장소성을 담아냈다. 빈 건물 안에 있는 광원에서 창문 너머까지 낚싯줄을 이어서 관람객의 시선을 바다로 향하게 만든다. 시간대에 따른 채광의 변화에 반응해 다양한 느낌을 전하는 작품이다.


2023 바다미술제, 샤일레쉬 비알 '사무드라 만탄:바다 휘젓기'.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샤일레쉬 비알 '사무드라 만탄:바다 휘젓기'. 오금아 기자

16. 샤일레쉬 비알 ‘사무드라 만탄:바다 휘젓기’

인도 신화에 바탕을 둔 작품으로 기계 장치가 물을 휘젓는다. 해양 자원 추출의 양극화 효과에 대한 생각을 담은 것으로 작품 이야기를 담은 스케치도 같이 전시된다.


2023 바다미술제, 율리아 로만&김가영 '해조공예과 스튜디오'.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율리아 로만&김가영 '해조공예과 스튜디오'. 오금아 기자

17. 율리아 로만&김가영 ‘해조공예과 스튜디오’

지속가능한 자원으로서 해조류가 가진 잠재력을 예술 작품으로 보여준다. 기장 미역과 다시마로 유기적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어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착취가 아닌 재생의 관점에서 해조류의 활용을 고민한다. 신당 옆 창고에 전시되어 있으며, 전시 기간 중 작품이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2023 바다미술제, 왕덕경 '발 아래 모래알 사이로 물이 스며들 때'.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왕덕경 '발 아래 모래알 사이로 물이 스며들 때'. 오금아 기자

18. 왕덕경 ‘발 아래 모래알 사이로 물이 스며들 때’

소설을 원작으로 1965년에 촬영한 영화 ‘갯마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일광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이 바다와 해안 지역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19. 칼립소36도21 ‘해양 해양 해양’

한국에서 태어난 덴마크 작가 제인 진 카이센과 스위스 작가 질 오브리의 작품, 해양학자 데리야 아카이낙의 인터뷰를 통해 바다와의 정신적인 교감을 이야기한다.


20. 로베르티나 세브야닉 ‘해일의 속삭임:부산의 해양 이야기’

해양 생물의 소리와 인간의 목소리, 노래가 합쳐진 작품이다. 작가가 슬로베니아에서 만난 부산 출신의 인물이 내레이션을 맡아서 작품에 의미를 더했다. 할배·할매신당 사이 야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생명의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21. 실험실 C ‘흙-탕-물’

일광 바다와 일광천이 만나는 기수역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작품이다. 일광천 생태계에 동반자가 되어줄 어린이들과 함께 진행한 현장 리서치 결과물을 볼 수 있고, 전시 기간 중 미니어처 종이연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2023 바다미술제, 아틀리에 엔엘 '모래알 속에서 세상을 보다:한국의 숨겨진 이야기'.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아틀리에 엔엘 '모래알 속에서 세상을 보다:한국의 숨겨진 이야기'. 오금아 기자

22. 아틀리에 엔엘 ‘모래알 속에서 세상을 보다:한국의 숨겨진 이야기’

인류 발전에 중요한 재료이면서 끝없는 수요로 사라지고 있는 모래를 다룬 작품이다. 한국 각지에서 채취한 모래를 지도화하고, 모래가 가진 다양성을 보여준다.


23. 제이콥 볼튼&미리암 마티센 ‘메탄올 블루’

로테르담에서 싱가포르까지 항해하는 한 척의 화물선을 추적한 영상 작업이다.


24. 정은혜&이준 ‘플라스틱 만다라:생태계 순환을 위한 문양’

제주도 함덕 해변에서 수집한 플라스틱 조각을 이용해 만다라 패턴을 만든 설치 작품과 ‘지구의 소리’라 불리는 슈만 공명을 시각화한 설치·영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5. 카시아 몰가 ‘온전해지는 방법’

불안과 상실의 시대에 우리가 다른 생명체와 어떻게 한 생태계를 공유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사람의 몸에서 나온 물 성분과 해수가 섞여 해조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작품이다.


2023 바다미술제 실험실에서는 실내 작품 전시와 스크리닝 프로그램, 체험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오금아 기자 2023 바다미술제 실험실에서는 실내 작품 전시와 스크리닝 프로그램, 체험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오금아 기자

26~31. 스크리닝 프로그램 ‘또 다른 바다들’

2023 바다미술제 주제와 연결되는 여섯 편의 단편 영상을 상영한다. 해운산업의 실체, 심해 채굴, 원자력발전소로 인한 해수 오염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룬 영상을 관람하며 바다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

2023 바다미술제 실험실 건물에서 장승욱 ‘바다 위의 별’, 메릴린 페어스카이 ‘새’, 제이콥 허위츠-굿맨&다니엘 켈러 ‘시스테서스:해양도시건축’, 레베카 모스 ‘국제수역’, 엠마 크리츨리 ‘공동의 유산’, 하이퍼콤프 ‘물고기 입맞춤’이 상영된다.

사진은 제이알 카펜터와 토모 키하라의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 뒤쪽으로 바다 안에 설치된 펠릭스 블룸의 작품 ‘바다의 풍문’이 보인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사진은 제이알 카펜터와 토모 키하라의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 뒤쪽으로 바다 안에 설치된 펠릭스 블룸의 작품 ‘바다의 풍문’이 보인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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