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생기부 쓴다… 입시 공정성 흔드는 AI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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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
생기부 작성에 활용 교사 늘어
대입 성적 자료 신뢰도 위협
교육부 “교사 작성 원칙 위반”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진학사 정시 합격전략 설명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 지원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진학사 정시 합격전략 설명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 지원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의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최근 학생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작성으로 밤잠을 설쳤다. 수업을 듣는 100명 가까운 학생의 과목별 평가를 다양한 문구로 표현하려다 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러다 최근 동료 교사들로부터 챗GPT로 생기부를 작성하면 훨씬 작업이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료가 알려준 사이트에 접속했더니 몇 가지 단어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생기부가 작성되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지난해 말 미국 오픈AI가 선보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일상 속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챗GPT 활용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최근 학기 말을 맞아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챗GPT를 활용한 생기부 작성이 늘고 있다. 생기부가 상급학교 진학 때 평가 자료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챗GPT 활용으로 생기부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AI 생기부가 관련 지침을 어긴 것으로 판단한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는 올해 생기부 작성 때 유료 챗GPT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고등학교 생기부는 대입 전형 중 수시모집의 학생 생활부 종합전형(학종)에서 서류평가 대상이다. 이 학교는 많은 학생이 수도권 대학의 수시모집을 준비하고 있어 생기부 작성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학교 관계자는 “교사들 사이에서 챗GPT 생기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무료 챗GPT로는 양질의 생기부를 쓰는 데 한계가 있는 반면 유료 챗GPT는 빠른 시간 안에 품질 높은 결과를 낼 것이라 예상되어, 유료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이 학교는 그나마 발 빠르게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별다른 가이드라인 없이 일부 교사들이 암암리에 챗GPT를 생기부 작성에 활용하고 있다.

챗GPT를 활용한 생기부 작성 관련 콘텐츠는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 넘쳐난다. 유튜브 검색창에 생기부와 챗GPT를 입력하면 활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수없이 검색된다. 특정 주제의 챗GPT를 만들어 공유하는 플랫폼에서도 생기부 챗GPT가 단연 인기다.

생기부 작성에 챗GPT를 활용하는 교사 대부분은 ‘보조적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주변 교사 대부분이 생기부 표현을 다양하게 바꾸는 수준에서 쓰고 있다”며 “교사의 평가를 바탕으로 챗GPT를 사용하고, 최종 문구는 다듬어 기록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챗GPT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챗GPT가 교사가 작성한 내용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내용을 생성해 낼 수도 있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이상지 회장은 “현재로선 생기부에 챗GPT를 사용했다고 해도 거를 수 있는 장치는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챗GPT로 생기부를 작성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생기부는 교사가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챗GPT 사용 과정에서 민감한 학생 정보가 관련 서버로 넘어갈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챗GPT

미국의 인공지능 회사인 오픈AI가 만든 채팅 로봇. 거대 언어 모델(LLM)을 학습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해 데이터를 모방하는 기존 AI와 차별되어 생성형 AI로 불린다. 문장에서 다음에 어떤 단어가 등장하는 것이 적합한지 유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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