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동화 심사평] 넘을 듯 말 듯 ‘경계의 판타지’로 긴장과 재미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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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편 가까운 동시는 작년보다 양적으로 많이 늘었고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 많은 시가 동요풍이어서 아쉬웠다. 150여 편이나 되는 동화는 판타지보다 생활동화가 압도적이었다. 예전과 달리 AI가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그 등장이나 전개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응모자들의 동화에 대한 인식의 높낮이가 고르고 수준 또한 그러했다. 그러나 인터넷에 떠도는 억지 감동 스토리를 동화로 착각하는 분들이 있어 안쓰럽고 씁쓰레하다.

최종심에 오른 동시는 ‘아빠의 편지’ ‘피아노’ ‘나무의 힘’이었다. ‘아빠의 편지’는 신선한 소재와 참신한 은유가 돋보였고, ‘피아노’는 동심과 시심을 고루 갖춘 상상력이 돋보였으나 당선작으로 밀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 ‘나무의 힘’ 역시 호감은 갔으나 작품 수준이 고르지 않았다. 동화는 최종적으로 ‘경비할아버지 장갑’과 ‘매력 훔치기’를 골랐다. ‘경비할아버지 장갑’은 아닌 것 같지만 결국은 AI 이야기다. 맨손으로 눈을 뭉치는 경비할아버지를 위해 안쪽에 털이 보들보들한 가죽장갑을 갖다 주지만 그 할아버지는 낙엽도 안 쓸고, 눈도 못 녹이고, 지하실에서 몰래 동물을 키우는 고장 난 경비, 주민투표에서 쫓겨난 AI였다.

‘매력 훔치기’는 등장인물의 마음과 행동을 섬세하면서도 동영상 같은 문장으로 표현하고 넘을 듯 말 듯한 경계의 판타지로 긴장과 재미를 주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경비할아버지 장갑’도 좋았지만, 아이들의 세계가 생동감있게 출렁이는 ‘매력 훔치기’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응모자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배익천 동화작가, 구옥순 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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