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투자세 유예 대신 폐지 수순
윤 대통령, KRX 개장식서 공식화
기재부 차관도 “폐지는 국정과제”
정부가 주식 등 금융투자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금융투자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세란 1년에 5000만 원 이상 주식투자 수익이 나면 수익금의 20%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로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금투세 시행 ‘유예’가 아닌 ‘폐지’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 기타 25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소득의 20%(3억 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즉 1년에 주식투자로 6000만 원 수익을 냈다면 5000만 원 초과분인 1000만 원에 대해 20% 세금을 뗀다는 것이다. 지방소득세가 별도로 부과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22%와 27.5%의 세금이 각각 부과된다. 과세기간은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앞서 여야는 2022년 금투세 시행 시기를 2024년 말까지 2년간 유예했다. 그러면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 이상으로 유지하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최근 여야 합의를 어기고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이 아닌 50억 원으로 올렸다. 이런 점 때문에 앞으로 금투세를 놓고 야당과의 협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투세 대상이 되는 개인투자자는 1.6%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날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라며 금투세 폐지 추진 방침을 확인했다. 김 차관은 “(대통령실과 기재부가) 사전 협의를 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과도한 부담의 과세가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을 왜곡한다면 시장원리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며 증시 침체나 투자자 이탈 등 부작용을 초래할 제도는 반드시 고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난해 해외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를 엄중 처벌하고 그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며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상향해 연말 매도폭탄으로 인한 투자자 손실을 막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