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문화시선] 기관장 인사 '+1'의 무게감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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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선임기자

두어 달을 끌며 관계자 속을 태웠던 부산의 3개 문화기관장 인사가 10일 오후에야 겨우 결론이 났다. 11일로 2년 임기가 만료된 영화의전당 김진해 대표이사와 오는 16일로 2년 임기가 만료되는 부산문화재단 이미연 대표이사는 각각 ‘+1’(1년)을 통보받았고, 오는 25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부산문화회관 이정필 대표이사에겐 ‘임기 완료’가 전달됐다. 이제 부산문화회관은 후속 절차를 밟아 새로운 대표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이미 결론이 난 인사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 지난한 과정에 대해선 지극히 유감이다. 지난 두어 달 동안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면 “빨리 결론(연임이든 아니든)이 좀 나면 좋겠다. 대표이사 거취가 안 정해지니 직원들도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도 좋지만 발표를 미루는 이유를 모르겠다. 산하 조직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 등이다. 직속상관은 아니지만 유관 부서인 부산시 문화예술과에서조차 “인사는 재정혁신담당관실 소관이라 개입할 수 없지만 ‘결과’를 너무 오래 붙들고 있어서 답답했다”면서 “뭔가 개선 방향을 찾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물론 대표이사의 연임이 아니라 ‘임기 완료’로 결론 날 경우, 해당 조직 분위기가 극도로 해이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시의 조치였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하반기 경제산업 관련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의 2년 임기가 속속 도래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기관장 인사여서 지난 연말에라도 결과를 공유하고 조직별로 그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선임 문제만 하더라도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가 부산시립예술단 부단장으로 있으면서 본인의 거취 문제와 맞물려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건 아닌가 하는 오해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임이 확정된 두 문화기관장도 우여곡절 끝에 임기는 연장됐지만, 결코 낙관할 처지는 아닌 듯하다. 마지막까지 가슴 졸여야 할 만큼 이들은 인사권자에 신뢰를 주지 못했다. 이들 기관장은 지난해 성과 평가 결과에서 C등급을 받았다. 부산문화재단의 경우, 최근 반년 새 차장, 과장, 대리 등 중간 허리급 직원들 퇴사가 줄 잇는 등 조직 문화에도 상당한 허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의전당도 지난해 4월 직원의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에 이어 부실 근무, 출장비 부정 지급 문제 등으로 종합감사를 받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번 인사가 심기일전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늘 좋을 수는 없더라도, 부산 문화가 더 새롭게, 더 힘차게 도약하는 데 최소한의 도움이 되는 기관장 인사가 되어야 ‘+1’이라도 빛을 발하는 법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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