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2’도 다를 것 없네…‘경성크리처’ 아쉬운 마무리 [경건한 주말]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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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700억 원을 들인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기대에 비해 초라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말 공개된 ‘파트1’(1~7화)은 지루한 전개와 진부한 연출 탓에 혹평이 난무했습니다. 많은 예산이 투입된 만큼 볼거리는 충분했지만, 드라마의 본질인 서사가 취약했고 괴수가 등장하는 비중도 낮았습니다.

남은 3편의 에피소드를 담은 ‘파트2’는 지난 5일 공개됐습니다. 한층 낮아진 기대감으로 시청한 ‘경성크리처’는 여전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넷플릭스 제공

크리처물인데 어색한 액션…장르적 재미 놓쳤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광복을 앞둔 경성에 일본군이 생체실험으로 만들어낸 괴수가 등장하는 크리처물입니다. 경성에서 제일 잘 나가는 자산가이자 정보통인 장태상(박서준)이 일본군 간부의 협박을 받고 실종된 조선인 기생을 찾으러 한 병원에 잠입했다가 벌어지는 사건들이 줄거리입니다. 태상과 함께 잠입한 실종자 수색 전문가 윤채옥(한소희) 사이의 로맨스도 핵심을 차지합니다.

파트1에서 실망감을 드러낸 시청자들의 혹평을 종합해보면, 장르적 애매함과 구시대적 연출, 느슨한 전개가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기자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액션입니다. 넷플릭스 애청자의 액션 눈높이는 높아질 대로 높아졌습니다. ‘6 언더그라운드’ ‘익스트랙션’ 시리즈 등 화려하고 신선한 액션을 선보인 작품들이 넘쳐 납니다. 그에 비해 ‘경성크리처’ 파트1의 액션 연출은 허술하고 촌스러웠습니다.

파트2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8화에서 태상에게 다가가 주먹질을 하려는 일본군 장교의 동작이 너무 어색합니다. 주먹을 휘두를 때부터 태상이 맞을 리 없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액션 ‘합’부터 허술한 겁니다.

괴수가 등장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어색했던 신은 일본군이 일제히 괴수를 향해 사격하는 대목입니다. 총알이 분명 괴수를 향해 빗발치는데, 다음 커트에는 괴수가 울부짖는 모습만 나올 뿐, 총에 피격됐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모션이 전혀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2024년 작품이 맞나 생각이 들 정도로 황당할 지경입니다.

심해도 너무 심한 일본군의 무능도 반복됩니다. 타깃을 완전히 포위한 상태에서 너무나 허무하게 피해를 입고, 우르르 몰려다니기만 할 뿐 주인공들을 전혀 방해하지 못합니다. 도저히 긴장감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괴수의 모습은 파트2에서도 좀체 드러나지 않고 액션의 비중도 낮습니다. 그나마 마지막 에피소드인 10화에 가서야 액션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현실감이 전혀 없어 오히려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유치한 설정입니다. 파트1과 마찬가지로 태상과 채옥은 상대가 아무리 강하고 많아도 죽지 않습니다. 잘 훈련된 엘리트 군인들이 당해 낼 수 없을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살아남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넷플릭스 제공

일제 만행 공개는 뜻깊어…일본인도 “몰랐다”

‘경성크리처’의 아쉬운 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억지스러움’입니다. 액션 외에도 고비마다 때마침 조력자가 나타나 ‘짠 해결됐습니다’ 하고 다음 장면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건 파트2에서도 반복됩니다. 태상을 괴롭히던 마에다(수현)의 최후 역시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경성크리처 대본을 쓴 강은경 작가는 파트2 공개 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러한 혹평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당시(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그려 내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며 “어떻게든 버텨 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파트2에서도 태상과 채옥의 멜로를 비중 있게 다룹니다. 서로 뜻이 맞아가는 두 사람의 애정 표현과 스킨십이 늘었습니다. 일제강점기라는 그늘 아래 꽃피는 로맨스라 더 애틋한 느낌이 있습니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애통함으로 깊이를 더합니다. 주연 배우들의 호연과 잘 어우러진 멜로 서사는 이 시리즈 몇 안 되는 매력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시청자를 상대하는 작품에서 일본군 731부대의 존재가 잘 알려지게 된 점은 고무적입니다. 일본에서도 “731부대가 실존했느냐”며 생체실험 사실을 몰랐다는 반응이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 작가는 “외국에선 한국 역사에 관심이 없을까 봐,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해서 크리처물을 접목한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파트2에선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을 겨냥한 듯한 매서운 대사들이 인상적입니다. 다만 연출을 맡은 정동윤 감독은 “반일 드라마로 접근하려 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이 시대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가 중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10부작인 ‘경성크리처’ 시즌1은 넷플릭스 순위에서 국내 1위, 비영어권 글로벌 3위에 올랐습니다. 브라질,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호주 등 69개국에서도 10위 안에 들어갔습니다.

시즌1 마지막 화에는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짧은 쿠키 영상도 있습니다. 시즌2는 이미 촬영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올해 공개될 ‘경성크리처’ 시즌2는 2024년 서울을 배경으로 태상과 닮은 인물 ‘호재’와 윤채옥이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정 감독은 속도감 등 시즌1에서 지적 받은 문제점을 다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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