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산마저 불타오르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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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 1세대 작가 김종복
다채로운 빛깔 가진 산 사랑
3대 모녀 화가 집안 이끌어

김종복의 ‘바위산’.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김종복의 ‘바위산’.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부산 해운대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김종복전’은 세 가지 점에서 놀라웠다. 첫째는 색감이다. 김종복 작가는 주황을 사랑한다. 주황은 빨강보다 부드럽고 노랑보다는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그의 색채 감각은 작품 ‘진달래산’은 말할 것도 없고 ‘바위산’마저 불타오르게 했다. 이에 대해 서성록 평론가는 “색을 겹겹이 올리는 과정을 통해 단순해 보이지만 조화롭고 탄탄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압도적인 색채는 대담하고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면서도 차분하다. 가볍거나 무거운 극단을 달리지 않고 자연의 웅장함과 생동감을 전해 준다”라고 설명했다.


김종복의 ‘오데옹 꽃집’.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김종복의 ‘오데옹 꽃집’.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두 번째는 그가 여성 작가라는 사실에 놀랐다. 이름 탓에 착각한 게 아니었다. 색도 거침이 없었지만 그가 자주 그리는 산과 같은 자연의 선은 굵고 힘이 넘쳤다. 오래 전 한 인터뷰에서 “여류 화가라는 말이 듣기 싫어 서울의 여류작가협회 활동도 1∼2년 만에 그만두고 뛰쳐나와 버렸다”는 대목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목’이나 ‘달의 사막’과 같은 2000년 이후 작품은 부드럽고 서정적인 작품세계가 느껴졌다. 나이가 들며 작품에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그의 딸 정명화와 손녀 장미송 3대가 함께한 ‘Herstory, 허스토리’ 그룹전이 열리게 되었던 것이다. 3대 모녀 화가 집안은 3대 정승가보다 보기 어렵다.



김종복 ‘남불의 향수밭’.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김종복 ‘남불의 향수밭’.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세 번째는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이다. 김종복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 일본 유학을 거쳐 마르크 샤갈이 나온 프랑스 파리 그랑 쇼미에르를 수료하고, 파리 국립미술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국내 서양화 1세대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는 1930년생인 작가의 92세 때 작품까지 나와 있다. ‘오데옹 꽃집’(1974)이나 ‘베네치아’(1975) 등에는 당시 유럽의 자유분방한 풍경이 다채로운 색채로 표현되어 있다. 그는 1975년 프랑스 파리 르 살롱 국제전에서 금상을 받고, 1975~1976년 프랑스 국립미술연감에 작품이 수록되며 작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쉽지 않았던 프랑스 유학을 통해 화가로서 큰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었다.


김종복의 ‘우리집’.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김종복의 ‘우리집’.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귀국 후 본격적으로 산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는 “산만큼 다채로운 빛깔을 보여 주는 게 어디에 있으랴. 산이 너무 좋다”고 산 예찬론을 펼쳤다. 선이 굵고, 다양한 색깔을 지닌 산에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선영 소울아트스페이스 대표는 “대구가톨릭대에 지역 작가의 이름을 딴 첫 미술관인 김종복미술관이 작가가 현존한 시기에 세워질 정도로 작품이 좋다”라고 말했다. 1970년대~2020년대까지 50여 년간 김종복의 작품 50여 점을 2월 23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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