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상정원·문화공간으로…영도 바지선의 변신 기대해주세요”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키친파이브 오재민 대표, ‘바지 프로젝트’
폐기 직전 바지선 매입해 새 공간 구상
지난해 부산 슬러시드 우승…핀란드 방문도

키친파이브 오재민 대표가 부산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에서 폐바지선에 해상정원을 조성하는 ‘바지선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키친파이브 오재민 대표가 부산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에서 폐바지선에 해상정원을 조성하는 ‘바지선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도 봉래동 물양장에는 예·부선이 많이 있습니다. 어느 날 늘 떠있는 바지선에 잡초가 피어있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쇳덩이 위에 식물이 자라다니…. 바지선에 해상정원을 만들어 도심 속 쉼의 공간,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한 순간입니다.”

로컬 콘텐츠 기업 키친파이브 오재민(41) 대표 얘기다. 오 대표는 ‘바지선 프로젝트’로 지난해 6월 부산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부산 슬러시드’ 로컬 크리에이터 부문에서 우승했다. ‘부산 슬러시드’는 유럽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핀란드 ‘슬러시’의 파생 행사로, 부산을 포함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바지선은 영도 역사와 산업, 삶을 모두 담고 있는 매력적인 배입니다. 지금은 쇠락해 가고 있지만 영도는 수리조선의 중심이었고 각종 제조업의 발달로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었으니까요. 마침 지난해 몇 년간 물양장에 떠 있다 고철로 폐기하기 직전의 바지선을 매입했습니다. 이곳을 부유식 해상정원이나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현재 쓰임이 없는 것을 또 다른 쓰임으로 만들겠다”는 오 대표의 생각은 도시 문제 해결을 주제로 열린 ‘부산 슬러시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 대표는 ‘부산 슬러시드‘ 우승 특전으로 지난해 11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슬러시’에 초청받았다.

“전 세계 스타트업이 모이는 ‘슬러시’ 행사는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해상에 들어선 ‘알라스’라는 온수 수영장과 사우나 시설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육지에 있다면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시설이지만 바다에 떠 있어서 특별한 것처럼, 영도 바지선 위에 정원을 만든다면 도심 속 힐링 장소이자 특별한 장소로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오재민 대표가 상상하는 바지선 해상정원 예상 조감도. 키친파이브 제공 오재민 대표가 상상하는 바지선 해상정원 예상 조감도. 키친파이브 제공

오 대표는 2018년 ‘무명일기 프로젝트’로 영도 봉래동 물양장 창고군에 발을 디뎠다. 당시 보세창고, 공업소로 쓰였던 폐공장을 복합문화공간 ‘무명일기’로 변신시킨 경험이 있다.

오 대표는 영도 복합문화공간 ‘리케이온’에서 정원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김수진 대표와 협력해 바지선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식생을 조사하고, 해상정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 마켓, 공연,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 대표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다양한 해외 사례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에서는 ‘뉴욕 바지 포레스트’라는 이름으로 폐바지선에 정원을 만들어 대관하는 서비스가 있다. 오 대표가 지난해 찾은 미국 시애틀의 한 건축회사는 ‘풀 바지’(바지선 수영장)를 만드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해수면이 높은 네덜란드는 수상가옥을 조성하고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 수상가옥의 테스트를 바지선에서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바지선 아래 4곳에 기둥을 박으면 사실상 수상가옥과 같은 개념이 되죠. 해수면 상승으로 고통받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문제를 바지선에서 확장한 부유식 모듈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선 영도의 특징을 잘 살린 해상정원으로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지켜봐 주세요.” 글·사진=조영미 기자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