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감독 부재’에도 저력 보여준 말러 교향곡 1번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시향 새해 첫 정기 연주회
백승현 부지휘자 도전에 환호
아름다운 연주 들려준 정규빈
예술감독 선임·발표 서둘러야

지난 1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07회 부산시립교향악단 2024년 첫 정기 연주회에서 백승현 부산시향 부지휘자 모습. 부산시향 제공 지난 1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07회 부산시립교향악단 2024년 첫 정기 연주회에서 백승현 부산시향 부지휘자 모습. 부산시향 제공

지난 19일 제607회 부산시립교향악단 2024년 첫 정기 연주회는 백승현 부지휘자와 임홍균 악장 등 전 단원이 예술감독 부재의 공백을 어떻게든 메워 보겠다는 의지가 돋보인 음악회였다. 새해를 여는 첫 정기 연주회 레퍼토리로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을 과감하게 선택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이고, ‘최수열 전 예술감독 티켓 파워’를 대신할 주목할 만한 협연자로 지난해 11월 ‘2023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정규빈을 내세운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이번 정기 연주회는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지난 1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07회 부산시립교향악단 정기 연주회 중 말러 교향곡 1번 4악장에서 기립 연주를 하도록 되어 있는 호른 연주 장면. 부산시향 제공 지난 1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07회 부산시립교향악단 정기 연주회 중 말러 교향곡 1번 4악장에서 기립 연주를 하도록 되어 있는 호른 연주 장면. 부산시향 제공

이날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은 거의 매진에 가까웠고, 정규빈의 오케스트라 협연을 보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등 수도권에서 내려온 관객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빈은 콩쿠르 우승 이후 김대진이 지휘하고 서울예고 재학생과 동문 음악가 연합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에 출연한 뒤 부산시향과 첫 호흡을 맞췄다. 서울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정규빈은 한예종에서 김대진을 사사했고, 지금은 뮌헨 국립음대 석사과정에 있다. 이번 연주가 끝난 뒤 곧바로 독일로 돌아간다고 했다.

사실 이날 부산시향 공연은 지난달 14일 제606회 정기 연주회를 끝으로 부산시향과 6년 동행을 마친 최수열 예술감독이 떠난 뒤 처음으로 열린 정기 연주회인 데다 부산시립예술단 운영을 담당하는 (재)부산문화회관과 부산시의 후임 예술감독 선임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서 걱정스러운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지난 1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07회 부산시립교향악단 2024년 첫 정기 연주회에서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정규빈 커튼콜 모습. 부산시향 제공 지난 1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07회 부산시립교향악단 2024년 첫 정기 연주회에서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정규빈 커튼콜 모습. 부산시향 제공

하지만 1부 순서에 나선 정규빈은 국제음악콩쿠르 우승으로 이제 막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패기 만만한 젊은 연주자로선 아주 드물게 차분한 모습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연주 시간 약 28분)을 아름답게 연주해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무엇보다 이날 부산시향 공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말러 교향곡 1번(연주 시간 약 55분) 연주였다. 백승현(34) 지휘자는 자신의 기량을 모처럼 맘껏 발휘했다. “40대의 최수열·홍석원 지휘자 연륜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참신한 말러’였다” “스물여덟 살의 말러가 그의 첫 교향곡(1번)을 완성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작곡가 지시사항을 최대한 존중한 거겠지만, 너무 악보에 충실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뒷모습은 영락없는 구스타보 두다멜이었는데 곡 해석이 좀더 자유로워지면 좋겠다” “무겁지 않게 그려낸 말러여서 생각보다 재밌었다” 등의 평가가 있었다.


지난 1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07회 부산시립교향악단 2024년 첫 정기 연주회에서 지휘봉을 잡은 백승현 부산시향 부지휘자. 부산시향 제공 지난 1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07회 부산시립교향악단 2024년 첫 정기 연주회에서 지휘봉을 잡은 백승현 부산시향 부지휘자. 부산시향 제공

부산시향의 말러 교향곡 1번 연주는 지난 2016년 7월 제521회 정기 연주회(지휘 귄터 노이홀트) 이후 8년 만이다. 그보다 앞서 리 신차오가 2009년 6월 부산시향 취임 기념 연주회를 겸해 말러 교향곡 1번을 선보였고, 2003년 6월 곽승 지휘로 말러 교향곡 1번을 선보인 적이 있다. 이때 연주들도 관객에 따라 호불호는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부산시향이 제600회 정기 연주회 때 선보인 말러 교향곡 9번만큼은 아니더라도 말러 교향곡 연주는 지휘자나 오케스트라 단원에겐 또 다른 도전임은 틀림없다. 악기 편성도 큰 데다 여러 성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까닭에 앙상블을 만들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부산시향이 2024년 첫 정기 연주회 레퍼토리로 선곡한 이유이기도 했다.


지난 1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07회 부산시립교향악단 2024년 첫 정기 연주회에서 지휘봉을 잡은 백승현 지휘자와 부산시향 단원들. 부산시향 제공 지난 1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07회 부산시립교향악단 2024년 첫 정기 연주회에서 지휘봉을 잡은 백승현 지휘자와 부산시향 단원들. 부산시향 제공

부산시향은 앞으로 최소 반년 이상은 현재 나와 있는 상반기 프로그램으로 꾸려야 한다. 이르면 설 전후해서 새로운 예술감독 선임을 발표하더라도 구체적인 취임 시기나 프로그램 구성에 관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다. 새해 첫 정기 연주회의 열정으로 흔들림 없는 부산시향 모습을 부산 시민에게 보여주는 동시에 부산시나 해당 기관에서는 새 예술감독 선임 절차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