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독립영화 92편, 랜선으로 골라본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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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온라인 특별 기획전
오는 26일부터 20일간 개최
인디그라운드 홈피에서 무료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스틸컷.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스틸컷.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최근 관객수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독립영화를 알리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인기 작품 90여 편을 온라인에서 공개한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부터 배우가 직접 연출한 작품까지 다양한 영화를 집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에서 독립영화 92편을 상영하는 특별 기획전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국 독립 영화의 유통·배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시민들은 영진위가 엄선한 90여 편의 독립영화를 20일간 무료로 볼 수 있다. 영진위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작품 92편(장편 22편, 단편 70편)을 선정하고 이를 두 번에 나누어 상영한다. 먼저 47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첫 번째 상영은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열리고, 다음 45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두 번째 상영은 다음 달 5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다 .

이번 기획전에서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을 포함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영화들을 볼 수 있다. 김세인 감독이 연출한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올해의 여자 배우상 등 5개 부문에서 상을 받아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다. 모녀의 갈등을 통해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비경쟁 부문인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고 지난해 열린 제32회 부일영화상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스틸컷. 영진위 제공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스틸컷. 영진위 제공

지난해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한 장건재 감독의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도 이번 기획전을 찾는다. 장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한국이 싫어서’를 연출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가슴에 생긴 종양을 발견한 40대 연극과 교수 ‘주희’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사람을 마주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영화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전찬영 감독의 ‘다섯 번째 방’도 기대작 중 하나다. ‘다섯 번째 방’은 프리랜서 상담가인 ‘효정’이 시댁 생활 30년 만에 자신만의 방을 처음으로 갖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다뤘다. 효정의 남편은 힘들게 일을 하고 돌아온 그녀의 방을 불쑥불쑥 드나들며 순종적인 아내의 역할을 요구한다. 전 감독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어머니의 투쟁을 카메라에 담아 2022년 열린 부산독립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심사단상을 차지했다. 이 밖에도 경기여자기술학원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유종석 감독의 ‘새벽 두시에 불을 붙여’와 코로나19와 빨간마스크 괴담을 소재로 한 김민하 감독의 ‘빨간마스크 KF94’ 등 신선한 소재를 영화화한 작품도 눈에 띈다. 박세홍 감독의 ‘인형 이야기’와 김진만, 천지영 감독이 연출한 ‘저주소년’ 등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상영된다.

배우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스타들의 작품도 기대를 모은다. ‘메기’, ‘야구소녀’등으로 큰 인기를 끈 배우 이주영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문 앞에 두고 벨 X’는 중고 자전거로 음식 배달을 하는 20대 여성 배달부의 일상을 다룬 영화다.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 작품은 여성의 일상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배우 장동윤이 각본, 연출, 주연까지 맡은 ‘내 귀가 되어줘’는 청각 장애인의 삶을 세심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색다른 연기 변신도 볼거리다. 박주희 감독의 ‘아빠는 외계인’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망상장애를 가진 공시생 환자 역을 맡은 노재원 배우와 뮤지컬과 영화를 오가며 활약 중인 박준면 배우가 합세했다. 최성은 배우의 스릴러 연기가 돋보이는 이기홍 감독의 ‘소녀’와 독립영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공민정 배우가 열연한 조희영 감독의 ‘이어지는 땅’과 ‘주인들’도 돋보인다.

이번 기획전 작품들은 모두 영진위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 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영진위 측은 기획전이 끝난 이후 기획전 작품들을 순서대로 소개할 예정이다. 박기용 영진위 위원장은 “독립영화만의 과감한 통찰과 시도가 담긴 92편의 작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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