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기후위기와 과학적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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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지난해 8월, 우리나라는 전국에서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14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무고하게 희생되었다. 불과 3년 전 여름인 2020년에도 한반도에 내린 극심한 비는 전국적인 홍수와 산사태를 발생시키며 48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같은 해 6월, 가까운 중국 또한 수십일 동안 지속된 최악의 홍수로 세계 최대 크기의 싼샤댐이 붕괴될 수 있다는 공포스러운 보도가 여러 날 뉴스의 한 면을 장식했다. 일본 역시 유례없는 홍수와 산사태로 말미암아 막대한 피해를 매해 여름 겪고 있다. 기후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올해 2024년에는 과연 어떤 일들을 예상할 수 있을까. 적도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가 강화되며 과거와는 또 다른 상황들이 예고되지만 그 피해의 정도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최소한의 피해가 생기고 인명 손실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희망할 뿐이다.

유례없는 이상기후와 자연재해

명쾌한 해답 없어 두려움 확산

과학적 규명으로 위기 극복해야

매해 발생하는 홍수나 산사태, 산불, 폭염 같은 이상기후를 전하는 뉴스의 말미에는 이러한 자연재해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온난화와 결부되었을 것이라 한다. 온난화로 말미암아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들이 발생한다는 논리적 연결고리는 통계적으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여러 비정상적인 상황들을 해석하고, 이와 더불어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과학적 의의를 지닌 기후 모델의 결과들을 통해서 찾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통계적 방법들을 통한 샘플의 비교와 복잡한 유체 역학식을 수치적으로 푸는 기후 모델의 결과는 이상기후가 온난화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에 대한 명쾌한 논리를 제공해 주지는 못하였다.

인간 생활 속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가 여름철 동아시아의 이상기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지구가 더워지는 것과 시간당 200mm의 국지적 폭우의 연결 관계는 무엇인가. 캘리포니아의 기록적인 가뭄과 최악의 산불은 공기 중에서 증가하는 이산화탄소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

지금의 과학적 지식은 위의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충분한 지식과 이론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상기후와 온난화의 연관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면 온도가 높아지는 열역학적인 조건이 대기와 해양의 유체 운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근본적이며 본질적인 이론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대기 역학은 바다만으로 이루어진 지구에서 발생하는 저기압 생성 메커니즘과 이러한 저기압의 생성과 소멸이 만들어 내는 대기 대순환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지만, 대륙과 해양이 공존하는 지구상의 다양한 현상에 대해서는 모든 전문가가 동의하는 이론이 아직까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여름철 우리나라 이상기후의 기저에 깔려 있는 동아시아 몬순의 메커니즘을 정립하지 못했고, 겨울철 밀려오는 한파의 역학적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부족한 이론적 배경과 과학적 명제는 온난화로 인한 다양한 이상기후와 대기 현상의 원리를 대중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무지에서 비롯되는 미래에 대한 사회적인 두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2019년 12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져가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유는 어느 누구도 이 바이러스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지’ ‘미확인’ ‘알 수 없는’이라는 단어들이 불러오는 공포감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은 문을 걸어 잠그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서 사람들이 일상을 찾고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계기는 전 세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공표되었던 전문적이며 과학적인 사실이었다. 과학적 사실들이 축적되며 얻게 된 백신이 결국은 코로나 사태를 조기 종결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혹자는 아직까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과학에 대한 실망과 유례없는 이상기후와 늘어나는 자연재해로 인한 두려움으로 ‘이제 더 이상 과학은 답이 될 수 없다. 실천과 참여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걸어 잠근 문 안에서 사람들이 식물을 키우고, 독서를 하고, 음악을 들으며 소중한 일상의 회복을 희망하고 적응해 갔듯이, 이상기후를 살아가는 현시점에서 온난화 극복을 위한 ‘실천과 참여’가 중요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이상기후의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과학적 명제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며 새로운 기후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코로나 시대의 종말이 과학적으로 개발한 백신에 의해 이루어졌듯이 이러한 과학적 승리가 기후위기에도 적용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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