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코리아 디스카운트, 세금 깎아 줘서 해결?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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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자본시장 규제 혁파”
금투세 폐지 등 증시 부양 일환
시장에선 별다른 효과 안 보여
한국 주식 가치 불신만 높아져
한반도 긴장 해소 노력과 함께
종합적인 장기 대책 제시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한국 기업 또는 주식의 가치가 실제보다 저평가된 상태를 일컫는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증시 개장 첫날이었던 지난 2일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혁파하겠다는 ‘규제’는 다름 아닌 세금 제도다. 이는 지난해부터 잇따라 발표된 대대적인 증시 부양책에서 거듭 확인된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그에 따른 증권거래세 개편 등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게 그렇다. 요컨대 주식 관련 세금은 모조리 깎아 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결과는 윤 대통령의 바람에 훨씬 못 미치는 듯하다. 한국 증시가 좀체 회복될 기미가 없는 것이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12월 28일)에 2665.28로 장을 마쳤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250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코스닥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950대까지 올랐던 코스닥 지수는 지금 850대를 넘어서지 못한다. 이처럼 맥을 못 추는 한국 증시와는 달리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증시는 훨훨 날고 있다. 특히 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S&P 500 지수는 근래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장(한국 주식시장) 탈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내 주식은 하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과 일본 증시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주식 전문가들도 “지금이라도 한국 주식은 팔고 미국 주식을 사라”고 부추긴다. 이런 형편에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로 들어올 까닭이 없다. 2020년 초만 하더라도 국내 시총의 35%는 외국인이 보유했는데, 지금 그 비율은 30%에 못 미친다. 윤 대통령의 ‘규제 혁파’ 선언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은 윤 대통령의 선언과는 결이 다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는 낮은 주주환원율,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경영 불투명성 등을 꼽는다. 주주환원율은 기업이 거둔 순이익 중 주주에게 돌려 주는 몫의 비율이다. 미국 상장사의 10년 평균 주주환원율은 90%가 넘는다. 일본이나 유럽도 70%에 근접한다. 그런데 한국은 겨우 29%에 그친다.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 기업은 투자 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엔 일반 주주의 권리보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소수 재벌 일가 중심의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의 영향이 크다.

이와는 별도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바로 북한과 관련된 ‘한반도 리스크’다. 이때 리스크는 다름 아닌 전쟁 위기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기 고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현 정부 들어 그 정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게 문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대화보다는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북한과의 강대강 대결 자세를 취해 왔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연일 군사적 보복을 강조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고 규정지었다. 남과 북 두 지도자의 이 같은 결의는 말에 그치지 않았다. 현 정부 들어 한미군사훈련을 비롯한 대북 군사작전 횟수는 급격히 증가했고, 일본의 자위대까지 포함하는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도 전개됐다. 북한도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는 한편 포 사격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위협을 가중시켰다.

두려움과 우려는 해외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미국의 민간 군사 전문가들이 북한의 전쟁 개시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미국 정부도 북한이 몇 달 안에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심지어는 올해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고, 거기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대거 한국 증시를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잘못된 진단은 치명적 처방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상속세를 낮추는 등 세금 제도를 바꾼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주주환원 수준을 높이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아니고서는 백약이 무효이며, 설사 그런 대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한반도의 평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그 또한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현실을 윤 대통령이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럼에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감세 정책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결국은 올해 총선을 의식한 물량 공세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지금 투자자들의 얼굴은 한국의 주가지수만큼이나 파랗게 질려 있다. 민생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으로서 가장 화급한 과제가 무엇이어야 하겠는가.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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