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용의 '금알못' 탈출기] 뛰는 '정책' 위에 나는 'MZ'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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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블록체인팀 기자

월 납입 한도 50만 원. 만기까지 납입하면 1년 차 납입액의 2%, 2년 차 납입액의 4%만큼 저축장려금을 최대 36만 원까지 정부에서 지급하는 적금 상품이 있다. 이자 소득은 비과세다. 기한은 만기 2년의 자유 적립식 적금이다. 2년 만기 상품으로 가입했을 때 이자는 연 10% 수준에 이른다. 아무리 고금리 세상이라지만 이자 10%의 상품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 상품은 2022년 2월 정부가 청년 지원 목적으로 출시한 청년희망적금이다. 하지만 상품 출시 2년. 이 상품에 가입한 10명 중 3명이 적금을 중도 해지했다. 최초 가입자 수는 289만 5043명이었는데 지난해 12월 말 중도 해지자 수는 무려 86만 1309 명으로 중도 해지율이 29.8%에 달한다. 상품 출시 당시 가입했던 지인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진작에 해지했다”였다. 월세, 결혼 준비 자금 등 써야 할 돈은 해마다 늘어났고 2년은 길게 느껴졌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지난해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을 두고도 MZ세대들의 반응은 차갑다. 젊은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위해 저금리로 보금자리 마련을 돕겠다는 정책이지만 1년 만에 은행권의 저금리 경쟁 속에 고금리 딱지가 붙었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신청했던 45만 명은 은행권의 3%대 주택담보대출 경쟁 속에 은행권으로 대환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정책 금융의 최대 화두인 신생아 특례대출. 대출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에 대해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을 저금리에 대출해 주는 제도다. 대상 주택은 9억 원 이하, 전용 면적 85㎡ 이하여야 한다. 올해 대상은 2023년 1월1일 이후 출생아를 둔 출산 가구(입양 가구)다. 구입 자금 금리는 1.6~3.3%, 전세 자금은 1.1~3.0%가 적용된다. 대출 기간 중 자녀가 더 생기면 우대 금리도 적용된다. 지난달 29일 출시 첫날 최저 1.1% 금리에 접속 사이트에 신청자가 폭주했다. 출발은 좋았다. 하지만 실제 대출 신청자들은 ‘출산 장려라면서 면적 제한은 비현실적이다’는 뒷말이 나온다. 출산 2년 제한은 어떤 기준이냐는 비판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옛날에는 저런 것도 없었는데 젊은 세대들이 참…’하며 기성세대들은 혀를 찰 수도 있다. 하지만 MZ들의 금융은 호흡이 짧고 빠른 것만은 틀림없다. 자신이 주식, 코인 등 고위험 상품의 직접 투자에도 거리낌이 없다. 정책 금융 상품이 출시되면 각종 SNS에는 유불리를 따지는 글들이 넘쳐난다. 각박한 청년세대에게 2년은 길었고 특례보금자리론보다 더 저렴한 금리를 찾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 더 이상 은행원의 권유에 돈을 묵혀두거나 주거래은행이니 낮은 이자라도 안주하는 시대는 지났다. MZ 눈높이에 맞는 금융 상품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뛰는 정책 위에 나는 MZ의 시대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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