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글로벌 허브도시 추진, 속도가 중요해졌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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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사회부장

생존 전략 찾기도 중앙·지방 격차
나누는 수도권, 더하는 비수도권
국가 새 성장축 도전 나선 부산
글로벌 거점 표방 인천도 가세
규제 해제·국가 지원 선점이 과제
부산 민관 하나로 뭉쳐야 가능

전국적으로 미래 전략 찾기가 한창이지만 지역 전략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처지가 극명하게 갈린다. 수도권은 경계 안에서 나눠 붙이는 작업에 골몰한다. 사람과 자본이 끝 모르는 듯 밀려들어 벌어지는 일로 보인다.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서울은 인구를 분산하고, 도시 기능도 나누기 위해 경기 일부 도시를 떼와 편입시키려 한다.

경기도는 아예 두 개 지역으로 ‘분도’를 꾀한다. 어느덧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광역지자체가 되면서 경기 동북부를 떼내 경기특별자치도를 따로 두려 한다.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디다는 게 이유다. ‘수도권 규제’를 벗어나겠다는 속셈도 엿보인다. 아무튼 ‘행복한 고민’이다.

반면 비수도권에선 뭉쳐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전략을 내세운다. 22대 총선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 키워드만 살펴봐도 이런 상황은 잘 드러난다. ‘부울경 메가시티’ ‘충청 메가시티’ ‘메가시티 청주’ ‘새만금 메가시티’ ‘중소복합형 메가시티’ 울산·포항·경주의 ‘해오름 동맹’…. 도시 영역을 키워 ‘규모의 효과’라도 꾀하자는 취지다.

비수도권의 시도가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과밀·과대 상황을 ‘관리’하려는 수도권 처지와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인위적으로라도 변화를 줘 생존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는 없지만 초광역경제권, 메가시티 등 다양한 시도에서 쓴맛만 본 부산 사례를 보면 이런 통합 노력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지자체마다 한꺼번에 비슷한 전략을 쏟아낸 탓에 경쟁 구도가 형성된 점은 우려스럽다. 부산과 인천 간에 새로운 경쟁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천명한 ‘지방시대’의 골자는 서울과 부산을 두 축으로 균형발전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부산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려는 첫 시도였던 2030세계박람회 유치가 좌절되자 정부는 곧바로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만들겠다는 ‘플랜B’를 제시했다. 대한민국이 부산의 가능성, 부산의 중요성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힌 점은 다행스럽다.

대통령과 정부, 부산시가 뜻을 맞춰 글로벌 허브도시 준비에 착수했고, 부산 여야 의원 18명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월 25일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뒤이어 정부와 지자체가 특별법의 21대 국회 통과 노력을 펼치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인천이 부산의 새 경쟁자로 등장한 점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인천은 부산에 뒤질 수 없다는 듯이 지난달 23일 김교흥 의원을 비롯한 인천 국회의원 등이 ‘인천 글로벌 경제거점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냈다.

두 법안은 주요 내용이 흡사한 ‘쌍둥이 법안’이다. 전체 47쪽인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처럼 인천 글로벌 경제거점도시 특별법은 45쪽 분량이다.

물류, 외부 투자 등을 강조한 법안 골자도 유사하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은 물류, 금융, 첨단산업 등 세 분야를 앞세워 국제물류특구, 부산금융특구, 부산투자진흥지구를 설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천 글로벌경제거점도시 특별법 역시 항공 여객 물류, 공항경제권 신산업, 첨단 산업·문화관광 산업 등 세 분야 특화를 내걸었다. 해당 분야 육성을 위해 각각 국제물류특구, 인천투자진흥지구, 문화산업진흥지구 등을 지정토록 하고 있다. 두 법안은 나란히 국무총리 소속의 위원회를 두고, 지자체가 종합계획·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제2도시 위상을 놓고 부산을 바싹 뒤쫓는 인천이 유사한 미래 성장 전략을 내민 상황은 불편하기만 하다. 김교흥 의원은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통과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어서 항변하기도 어렵다.

경쟁 대열에는 부산과 인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 지자체가 잠재적 경쟁자다. 각 지자체들의 전략은 특구나 지구, 단지를 지정해 국가가 지원해 달라는 게 핵심이다. 규제를 해제해 좀체 지방으로 옮길 생각이 없는 기업을 하나라도 유인하려는 게 목적이며, 인구를 늘릴 수 있다는 바람도 담겼다. 한정된 국가 지원을 선점하겠다고 전국이 각축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약자끼리 경쟁을 펼치게 된 상황이 영 마뜩지 않다. 배 부른 수도권까지 슬쩍 발을 걸치는 상황에는 울화통이 치민다. 그나마 부산이 정부 지지를 등에 업고 경쟁의 선두에 서 있다는 점은 위안이다. 지금은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의 21대 국회 통과가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민관 따로 없이 부산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속도가 관건이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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