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문화시선] 시 '발레단' 보도자료 유감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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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선임기자

“부산시는 오페라단도 없는데 발레단부터 창단하는 겁니까?” “부산오페라하우스 초대 예술감독 정명훈 씨와는 역할 구분이 어떻게 되죠?”

지난 4일 자 부산시 보도자료 ‘부산시, 2024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단원 공개 모집’ 내용에 포함된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발레리나 김주원 위촉’을 보고 터져 나온 질문이다. 시가 이 보도자료를 낸 뒤 국내 언론 여기저기에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예술감독에 김주원 씨 위촉” 기사가 잇따랐다. 김주원 씨 소속사 EMK엔터테인먼트도 “발레리나 김주원이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위촉돼 첫 번째 시즌을 이끈다”고 알렸다.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적어도 보도자료라는 형식을 통해 시가 어떤 사실을 공표할 때는 정확해야 한다. 보도자료만 보면 시가 ‘발레단’을 만들면서 초대 예술감독을 결정한 듯하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을 담당하는 시 문화시설개관준비과 주무관에게 재차 확인했다. ‘발레단’ 창단 로드맵이 나온 건지, 예술감독은 어떤 선임 절차를 거쳤는지. 그 주무관은 “공식 발레단 창단은 아니다. 올해 시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시즌 단원을 모집하면서 ‘2024 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지칭했고, 위촉(선임)위원회를 꾸린 적은 없다”고 밝혔다. 실은 영화의전당과 연계해 오는 11월 15~16일 선보일 ‘샤이닝 웨이브’ 작품 제작 총괄책임자로 김주원 발레리나를 초빙한 것이었다.

시는 오는 2027년 개관 예정인 오페라하우스를 제작 중심 극장으로 운영하기 위해 인력 육성 차원에서 2022년부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모집, 선발해 운영해 왔는데 올해는 발레단으로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 2년간 오케스트라 시즌 단원 훈련을 지도한 김봉미 지휘자나 합창단을 책임진 김강규 지휘자와 비슷한 입장이다.

이는 올해 책정한 예산에서도 잘 드러난다. 시는 ‘발레단’ 운영과 시즌 사업비(영화의전당분 포함) 명목으로 각각 1억 원 남짓을 정했다. 정식 ‘발레단’ 출범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참고로 서울시가 최근 ‘서울시발레단’ 창단을 공식화하면서 밝힌 예산은 제작과 인건비를 포함해 26억 원이다.

시는 호칭 하나 정하는 데도 신중해야 한다. ‘2024’ 숫자를 넣어서 ‘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예술감독 위촉’이라고 보도자료를 낸 것 자체가 여론을 호도할 우려가 크다. 더욱이 같은 작품을 이틀에 걸쳐 공연할 뿐이지만, ‘2024 부산발레시즌’으로 표현한 것도 전형적인 부풀리기다. 담당자의 과욕이 빚은 ‘과대 포장’이라고 하기엔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한 내부 시스템도 문제다. 거듭 말하지만, 보도자료는 팩트에 기반해 구성하고 발표해야 한다.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언론 역시 확인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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