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같은 45일간 남미여행이 탄생시킨 소설집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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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련 작품집 ‘나미브사막…’
낯선 풍경 속 삶 의미 발라내
저기처럼 여기도 항상 찬란해

김서련 소설가. 김서련 제공 김서련 소설가. 김서련 제공

김서련 소설가는 2019년 남미를 45일간 여행했다. 1년 동안 준비한 여행이었는데 오지 탐험가와 기자 등 일행 15명과의 여행이었으며 생애 처음인 최장의 배낭여행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 남미 여행을 토대로 2023년까지 쓴 단편소설 6편을 한데 묶어 네 번째 소설집 <나미브사막 풍뎅이의 생존법>(파란나무)을 냈다.

그는 당시 페루(리마 산동네, 마추픽추) 볼리비아(우유니사막) 칠레(토레스 텔파이네 국립공원) 아르헨티나(우수아이아, 콜론 극장)를 여행했다. 작품에서는 남미의 낯선 풍경과 함께 이곳 한국에서의 삶이 교차한다. 작가의 말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좀 다른 내가 되고 싶었고 달라지고 싶었다. 그리하여 가능한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앞으로의 삶을 모색했다. 그리고 아주 조금이지만 나는 달라졌다.” 나는 달라졌다, 는 것이 그의 남미 여행이다.

표제작에 나오는 나미브사막 풍뎅이는 상징적이다. 그 풍뎅이는 바위조차 돌가루로 만들어버리는 뜨거운 사막에서 독특하고 끈질긴 생존법을 터득했다. 그 풍뎅이는 등짝의 돌기와 도랑을 통해 새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안개 속 수증기를 물방울로 키워 그걸 먹고 살아간다.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었잖아요. 이 세상에 쓸데없이 태어난 것은 하나도 없어요.” 그게 풍뎅이가 일러주는 ‘희망’이다.

김서련 소설가의 네 번째 소설집 <나미브사막 풍뎅이의 생존법>. 파란나무 제공 김서련 소설가의 네 번째 소설집 <나미브사막 풍뎅이의 생존법>. 파란나무 제공

그렇게 남미 곳곳에서 만난 새로운 풍경과 풍물은 삶을 새롭게 돌아보는 다양한 파장을 일으킨다. 단편 ‘태양의 문’에서 마추픽추에 있는 태양의 문은 “나, 후회 없어. 사랑도 하고 행복했어”라는 걸 새삼스럽게 상기하는 하나의 이정표로 떠오른다. 작품 ‘꽃분홍빛’에서는 하늘을 찌르는 세자매봉을 휘감던 꽃분홍빛의 눈부시고 찬란한 순간은,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맞는 아침의 실상일 수 있다는 암시를 준다.

그러니 우리의 감탄스러운 삶을 아끼고 만끽하라는 것이다. 작품 제목처럼 ‘내 생애 가장 찬란한 날’은 항상 차고 넘친다는 거다. 작가는 “남미 여행은 내겐 첫사랑이었다”고 말한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을 하며 남김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겠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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