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대금, 제도권 코스피 제쳤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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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마켓 강력 신호”
주식 ‘코리아 디스카운트’ 골머리
코인 ‘김치 프리미엄’ 투자자 구미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의 거대대금을 앞섰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의 거대대금을 앞섰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주식시장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몸집이 점차 커지는 가상자산 시장을 마냥 제도권 밖으로 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11일 가상자산시장 데이터 분석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10일 자정 기준 국내 가상자산 24시간 거래대금은 대략 11조 8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5개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고팍스·코인원)의 거래액을 합산한 금액이다.

이날 가상자산의 거래대금은 국내 주식시장 ‘큰형’ 코스피를 소폭 상회한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코스피 거래대금은 약 11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도 지난 10일 X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일일 거래량이 코스피를 앞질렀다”며 “이는 불마켓(bull market·강세장)에 들어갔다는 강력한 신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특히 가상자산과 주식시장과의 거래 주체를 보면 눈에 띈 비교가 가능하다. 주식시장은 비교적 개미들보다 자금이 많은 기관과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다. 반면 가상자산은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기관과 외국인이 투자할 수 없다. 사실상 개인의 비율이 100%란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달(2월 8일~3월 8일)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 4310억 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3조 2770억 원의 물량을 던졌다. 업계는 개인의 유동자금이 가상자산 등에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가상자산의 거래대금이 늘어난 배경은 대장주인 비트코인 등 전반적인 코인의 불장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의 경우 9일(현지시각) 장중 7만 83달러까지 올랐다. 6일 6만 9000달러 선을 넘어선 뒤 불과 사흘 만에 최고가를 다시 썼다. 원화로는 1억 원 돌파도 코앞에 둔 상황이다.

특히 국내증시는 국내 기업의 주가가 해외기업보다 저평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김치 프리미엄’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비트코인 시세가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이날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해외에서 약 9170만 원(코인마켓캡)인 반면, 국내에선 9812만 원(업비트)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제도권인 주식시장보다 앞섰다는 것은 투자자들도 자산의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시장의 인식 변화가 거센 만큼 당국과 정치권도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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