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재명 총선 때 부산에 올까?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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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호 서울정치부 부장

거침없는 ‘비명횡사’로 ‘이재명의 민주당’ 완성
부울경에서 강성 지지층 활약이 도움될지 의문
상당수 후보들 ‘이재명 지원 유세’ 바라지 않아
김두관 “이재명, 권한 넘기고 계양에 전념해야”

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후보자 공천이 막바지에 달했다.

‘친명(친이재명) 공천’이라고 말들이 많다. 소장파 박용진 의원에 대한 ‘하위 10%’ 통보로 긴장감이 고조되더니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문(친문재인) 핵심 홍영표 의원 공천 배제로 갈등은 절정에 달했다.

그 뒤로 ‘비명(비이재명) 횡사’가 줄을 이었다. 강병원·전혜숙·박광온·윤영찬·정춘숙·김한정·양기대 등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무더기로 경선에서 패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고배를 마셨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경선 경쟁자가 ‘친명’ 인사였다는 점이다.

친명계는 주장한다. “경선 기회를 줬는데도 현역 의원이 자기 지역구에서 떨어진 걸 어떡하냐”고. 또 말한다. “1년 전부터 마련한 시스템에 의한 공천인데, 시스템이 어떻게 친명과 비명을 구분짓느냐”고.

이재명 대표도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맞추려면 생살을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옥동자를 낳으려면 진통은 피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국민과 당원이 적극 참여한 혁신 공천’, ‘사상 최대 폭의 세대 교체, 인물 교체’,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춘 공천 혁명’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형식 논리로는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 경선 결과를 지켜 보면서 민주당에 대해 갖고 있던 오래된 의문 하나가 풀렸다. 바로 친명계 권리당원들의 실제 영향력이다.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친명 성향 강성 지지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됐다. 개딸이 행동력이 빠르고, 목소리는 크지만 실제로는 그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과잉 대표론’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선을 통해 개딸은 민주당에서 다수의 정식당원으로 활동하면서 당헌·당규상 권리를 야무지게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말은 곧 ‘전통 진보야당 민주당’이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원내 제1당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민주당이 선명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되는 후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개딸이 지역구에 와서 분위기를 잡아주면, 이를 기반 삼아 지지세를 확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수도권이나 호남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다.

선거 때마다 ‘스윙 보터’(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는 유권자) 역할을 해온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이재명의 민주당’이 먹혀들 수 있을까. 언론들이 별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이번 논란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민주당 후보로 경남 양산을에서 뛰고 있는 김두관 의원이 총대를 멨다. 그는 지난 8일 SNS에 “통합의 힘으로 윤석열 정권의 폭정 심판을 위한 깃발을 높이 높이 들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당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의 같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진심은 끝부분에 나왔다. 김 의원은 “인재들을 전면에 배치해 통합 선대위를 구성하고, 이재명 대표는 대표 권한을 선대위에 넘기고, 계양 선거(인천 계양을)에 전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천에서 생긴 잡음을 최소화하고 통합의 길을 가는 것. 결국은 이재명 대표에게 달린 문제”라며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한마디로 “이재명이 있으면 선거가 안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선뜻 말하지 못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부·울·경에 출마한 다른 민주당 후보들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민주당 부·울·경 경선에서 친명계 인사가 승리한 경우도 있지만 다른 지역구처럼 개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생각하면 이재명 대표의 등장이 그렇게 반갑고 든든한 선거 지원은 아니라고 한다. 부산에서 공천장을 받은 민주당의 한 후보는 “당 대표가 선거운동 하러 온다는데 뭐라고 이야기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우리끼리 조용히 유권자들을 만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당의 간판(대표 또는 선거대책위원장)이 지원유세를 오면 지지층이 뭉치고, 외연이 확장돼 지역구의 분위기가 살아난다는 것이 역대 총선에서 정석이었다. 그런데 부·울·경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목 빠지게 기다릴까. 민주당 후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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