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의대의 꿈과 의사라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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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문화평론가

정부·의협, 의대증원 두고 갈등
원인은 의사에 대한 '사회적 욕망'
인식 전환 차원에서 접근해야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들이 사직하고 병원을 떠나고 있다. 그들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의료 개혁에 동의할 수 없다며, 진료 거부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한 의사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각종 수치와 자료를 꺼내 들고 있다. 의사 증원이 필요한 이유와 절차를 충분히 제시했다며, 정당한 이유 없는 의료 중단은 불법 행위라고 공표하고 있다.

의사와 정부의 대치를 바라보는 대중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을 추스르고 있다. 혹시나 돌아올 의료 불이익을 걱정하면서, 두 진영의 충돌에 크게 유감을 표하고 있다. 언론은 두 진영의 대치 속에서 의사들의 파업과 사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편이며,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축이다. 특히 소외 지역의 의사 증원이나 의료 서비스의 균형 회복 측면에서 기존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의료 개혁이라는 사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의사는 선호도 1위의 직업이다. 수능을 준비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성적순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일이 잦은데, 현재로서는 그 어떤 학교도 의대의 입학 성적을 쉽게 능가하지 못하고 있다. 입시계에서는 전국 의대가 우선 충원되고, 그다음 대학 입시가 시작된다고 말할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의대에 들어간 이들은 자기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기 일쑤이고, 의사라는 직업을 근본적으로 차별화된 직업으로 간주하는 데에 익숙해진다. 이러한 의식은 그들의 영역을 성역처럼 보이도록 만들기까지 하는데, 이 특권 의식은 자기 자식을 의사로 소원하는 절대적 지지 위에서 정당화되고 있다. 그러니 작금의 사태에서 가장 근원적 책임은 의사를 특별한 이들로 만들어 버린 우리 자신에게 있다.

그렇다면 의료 개혁의 문제를 의대 증원이나 의사 확대 문제로만 국한해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만일 의사의 길이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면, 의사가 되는 길을 이토록 강하게 제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혹 진리에 대한 탐구라면, 더 많은 이들이 의학에 투신할 수 있도록 문호를 스스로 개방해야 합당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왜 우리는 의사가 되는 것을 선망하고 있는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 혹 우리는 안정된 직업으로서, 높은 수익으로서의 의사를 압도적으로 선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지금의 의료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수의 문제만도, 이를 휘어잡으려는 정부의 문제만도 아니다. 전 국민이 의사라는 직업에 목을 매고 자기 아들만은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기이하고도 절대적인 욕망에서 그 본질적 이유를 찾아야 한다. 너도나도 의대만 부르짖지 않고 필요한 이들이 꼭 필요한 이유로 의사가 되는 길을 걸을 수만 있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의대 증원을 굳이 추진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의사라는 소명을 다하기 위하여 소아과 의사가 되는 이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을 것이고, 지역이나 소외된 곳으로 내려가 자신의 의술을 기꺼이 다하려는 이도 충분히 확보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하여 봉사하고 다른 이를 위하여 희생하는 소임 역시 자연스럽게 본분으로 포함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냉정하게 자문해 보자. 왜 우리는 의사라는 직업을 선망하고, 우리의 자식들이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지를. 혹여 더 많이 가질 수 있고, 더 높게 오를 수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는지를. 그렇다면 우리가 대면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았다고도 할 수 있다. 덜 가질 수 있는 곳에서도 기꺼이 일하고 더 낮은 곳의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이들을 만나는 일이 그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러한 이들을 충분히 만날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시선과 결의가 결코 거두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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