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이 ESG도 적용된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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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기후변화 완화 등 잠재력 주목”


블록체인 기술이 ESG 경영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픽사베이 편집 블록체인 기술이 ESG 경영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픽사베이 편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불가결로 자리 잡은 현재, 투명성과 신뢰성이 특징인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면 ESG 경영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원두 정보까지 ‘투명’ 공개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가진 특성을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공급망 관리’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이 공급망을 구성하는 각각의 유통망을 모두 공개해 ‘투명한 이력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유다.

공급망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일례로는 스타벅스가 꼽힌다.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원두 채취 단계에서 매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통 단계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빈투컵(bean to cup)’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원두 포장에 부착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커피 원두를 생산한 농장과 농부의 이력, 원두의 로스팅 시기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원두를 구매한 고객의 평가 피드백을 반영해 높은 평가를 받은 원두 생산지와 농부에게는 스타벅스가 어떤 지원을 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공개된다.

정보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는 블록체인 기술에 따라 고객들은 원두의 품질 등에 대한 정보를 신뢰할 수 있고, 스타벅스는 원두의 품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깜깜이’ 지배구조 해결

블록체인 기술은 폐쇄적인 기업 구조를 개선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모든 거래내역을 열람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앞서 국내 통신사업자인 세종텔레콤은 2021년 4월 ESG 경영의 핵심 기술로 블록체인을 채택한 바 있다. 세종텔레콤은 신규사업으로 블록체인 메인넷 ‘블루브릭(Blue Brick)’ 개발을 완료했다.

블루브릭은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으로 모든 정보를 분산원장에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임의로 수정이나 삭제를 할 수 없도록 방지한다. 허가받은 이해관계자라면 누구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세종텔레콤에 따르면 블루브릭을 기업의 지배구조에 적용한다면 고객들은 세종텔레콤이 공개하는 데이터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선 주주들에게 공개하는 경영정보에 대한 신뢰를 보증받을 수 있는 셈이다.

■비트코인 전력 소비량은 환경에 ‘취약’

환경 부문에선 블록체인 기술이 작업증명(PoW) 방식을 채택 중인 비트코인으로 인해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PoW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얻어가는 채굴 방식이다.

비트코인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PoW 채굴 방식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선 수만 대의 고성능 컴퓨터와 채굴기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냉방시설까지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된다.

실제로 2022년 2월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공개한 ESG 고려사항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네덜란드의 연간 전력 생산량을 소비하고 있다. 한 국가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전기 소비량이다. 전 세계 전력 소비량으로는 0.5%에 달한다.

다만 비트코인이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에너지양보단 적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미국의 가상자산 자산운용사 갤럭시디지털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 금융시스템이 소비하는 전력은 연 250테라와트시(tWh)다. 비트코인은 100tWh를 소모한다.

눈에 띄는 것은 금(gold) 채굴의 경우 연간 240tWh에 이르는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채굴에 적지 않은 전기가 소비되고 있다는 게 주류 의견이다.

이에 북미 채굴업체들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비트코인 채굴협의회’를 조직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비트코인 채굴협의회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최고경영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비트코인 외에도 OECD는 블록체인 기술이 온실가스 감축에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OECD는 ‘Financing Climate Futures’ 보고서에서 “블록체인은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보고, 운영 서비스 등에서 효율성 때문에 탄소 배출량 감소 정책을 제시하는 기술로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효율성을 넘어 블록체인이 갖는 에너지, 수송, 농업 등에서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을 지원하는 과제 해결 능력과 기회 창출의 잠재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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