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도 안전했는데" 총기 테러로 충격에 빠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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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지난 현장엔 여전히 연기
추모 공간엔 애도 촛불 물결
위기서 탈출한 이들, 눈물 증언
폐쇄된 붉은광장 긴장감 고조

22일(현지시간) 무차별 총격 테러와 대형 화재가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스로커스 시티홀. 타스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무차별 총격 테러와 대형 화재가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스로커스 시티홀. 타스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록 그룹 피크닉의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었던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에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침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뒤 불을 질렀다. 사건 조사위원회는 현재까지 테러로 숨진 이들이 총 133명이며,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다음날 이 공연장 앞은 삼엄한 경찰의 통제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하지만 멀리서도 검게 그을려 뼈대만 남은 공연장 건물이 보여 화재의 참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재로 인해 이 공연장 지붕은 일부 무너졌다.

아직 화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듯 공연장 주변에는 검은 연기가 바람을 타고 떠다녔다. 공연장 건물 주변에는 소방차와 사다리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경찰들은 주차장 울타리 밖까지만 사람들의 접근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주차장 울타리 한쪽에 자연스럽게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이 공간에는 온종일 꽃과 양초를 두고 가는 추모 인파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끔찍한 테러에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어린이 희생자를 애도하려는 듯 대형 곰 인형을 비롯한 봉제 인형들도 눈에 띄었다.

카자흐스탄 출신 정치전문가 아크보레 아빌카시모바 씨는 “어제 뉴스를 보고 한숨도 못 잤다”며 “끔찍했고, 충격적이었다.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붉은 꽃다발을 들고 이곳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2000년대 이후 모스크바에서 대형 테러 사건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테러는 2004년 체첸 분리주의 반군이 일으켜 33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베슬란의 초등학교 테러 이후 최악으로 꼽힌다.

아빌카시모바 씨는 “모스크바는 아주 안전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라고 강조하면서 “이런 곳에서 평화로운 사람들과 아이들이 공격받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26세 남성 에고르 팔레프 씨는 전날 테러 소식을 듣자마자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와 밤을 새웠다고 했다.

팔레프 씨는 “어젯밤 10시 50분에 도착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며 이날은 추모 공간 주변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앞에는 테러를 직접 겪은 목격자들도 와서 취재진에게 자신이 겪은 비극적 상황을 설명해줬다. 전날 가족과 함께 피크닉 콘서트를 보러 왔었다는 아나스타샤 로디오노바 씨는 “그들은 재밌다는 듯이 걸어 다니면서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 총을 맞는 사람이 여자인지, 어린이인지, 노인인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며 분노를 표했다.

다른 목격자 마르가리타 씨는 “(총격음을 듣고)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고 남편과 같이 위로 뛰어 올라갔다”며 “아래층으로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테러리스트들이 복도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기 대관식에 찬물을 끼얹은 20년만 최악의 테러에 모스크바와 러시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푸틴 대통령은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지만 이미 모스크바는 일상을 멈추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각종 문화·스포츠 행사와 학교 수업들도 취소됐다.

테러의 악몽 속에 긴장감도 흐르고 있다. 모스크바의 심장 붉은광장은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출입이 완전히 차단됐다. 지하철 보안 직원들은 배낭을 메거나 큰 짐을 든 사람들을 불러세워 위험 물질이 있는지 검사하고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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