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아·윤석남·송천… 2024 부산비엔날레 참여 작가 첫 공개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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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26일 공식 기자회견
해적·불교 개념서 주제 선정
다양한 작가군·원도심 활용

2024 부산비엔날레 메인 이미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2024 부산비엔날레 메인 이미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26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할 주요 작가와 전시 주제·장소를 공개하는 등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성연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공동전시감독인 베라 메이와 필립 피로트, 박수지 협력 큐레이터, 작가 대표인 방정아·이두원 등이 참여했다.

전시 주제는 ‘어둠에서 보기’. 베라 메이 감독은 주제에 대해 “‘해적 계몽주의’와 ‘불교의 깨달음’이라는 개념을 통해 주제가 떠올랐다. 그동안 관습적으로 유럽의 계몽주의를 ‘빛’과 관련한 것으로 여기고, 지식은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서 나타난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2024부산비엔날레는 어둠을 쫓아내기보다 어둠을 포용하고 대안을 제시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필립 피로트 감독은 “해적들은 여러 인종, 여러 나라가 혼재했지만, 조화를 이루었다. 위기 상황에선 분야별 전문가가 이끌었다는 점에서 순수한 평등주의를 실험한 셈이다. 불교의 도량도 세속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의사를 결정한다. 어둠은 해적 유토피아와 불교의 깨달음 모두와 닿아있는 요소라고 해석했다”고 덧붙였다.

두 감독은 부산에서 열리는 비엔날레인 만큼 부산이라는 지역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 주제를 잡았다고 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지위나 계급에 상관없이 소통하고 함께 생활하는 해적의 모습이 항구도시 부산이 가진 디아스포라적 지역성과 노동자들의 삶과 맞닿은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빠르게 변하는 시대, 혼란스러운 삶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방향을 찾는지에 대한 고민을 예술이 담아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번 부산비엔날레 주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해 줄 것이라 기대가 있다고 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방정아의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올해 부산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방정아의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이두원 ‘부다페이스도’.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이두원 ‘부다페이스도’.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부산비엔날레조직위는 또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작가 중 기대되는 10명(팀)의 작가를 먼저 공개했다.

한국 작가군을 보면, 부산 출신의 방정아 작가가 있다. 인간의 삶과 그 이면의 욕동을 그림에 담아왔으며, 작가만의 그림체와 특유의 해학으로 구축된 리얼리즘은 이번 전시와 잘 맞아떨어진다. 가정주부로 살아오다 40세가 되어서 미술가의 길로 접어든 80대 윤석남 작가도 함께한다. 생태여성주의적 서사를 회화와 설치로 풀며 최근 잊힌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을 그리는 작업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감상을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이두원 작가도 있다. 독학으로 미술을 익혔지만, 자신만의 세계관과 해학적 코드가 더해져 울림과 웃음을 동시에 주는 작품을 선보인다.


송천 ‘보국사 삼세여래후불탱’.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송천 ‘보국사 삼세여래후불탱’.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한국 작가군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이는 송천 스님이다. 지난 17년간 전국 사찰에 흩어진 불화를 조사하여 집대성했고 전통 불화 이수자로서 국가 보물로 지정된 괘불과 벽화 등을 모사한 바 있다. 기존 미술계에선 볼 수 없었던 이름이지만, 예술 감독들은 송천 스님의 작품이 무척 기대된다는 말로 작가를 따로 언급하기도 했다.

외국 작가로는 뉴질랜드 태생으로 통가에서 활동하는 존 배아가 있다. 태평양 지역 예술가들의 활동이 미술의 맥락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노동 및 이민 정책과 관련된 법률이 어떻게 제정되는지 조각, 비디오,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 준다. 골록흐 나피시와 아마달리 카디바는 암스테르담과 테헤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와 예술 연구자이자 민족음악학자다. 나피시는 자신이 여행하고 작업하는 도시들의 현지 수공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인다. 두 작가는 지난 6년간 나피시가 시각적 요소를 제작하면 카디바가 디자인과 설치, 퍼포먼스의 무대장치와 음악 등에 대한 의견을 제안하는 형태로 협업해 왔다. 이외에도 베트남의 응우옌 프엉 린 & 트엉 꾸에 치, 가나의 트레이시 나 코우쉬 톰슨 등이 있다.

2024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최종 작가 리스트는 5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골록흐 나피시 ‘The city we imagine’.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골록흐 나피시 ‘The city we imagine’.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2024 부산비엔날레를 상징하는 메인 이미지도 공개됐다. 해적선의 방향을 결정하는 타륜과 불교에서 깨달음의 경지로 일컫는 열반에 이르는 방법인 팔정도를 상징하는 법륜을 조합했다. 스프레이를 사용해 펑키한 질감을 살리고 그래피티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 장소는 기존 부산현대미술관 외에 새로운 공간이 등장했다. 이전에 자동차 전시장이었지만, 지금은 빈 공간인 부산 중앙동 현대빌딩이 재미있는 전시실로 변신하게 된다. 1960년에 배의 모양을 본떠 지어진 2층 가옥, 초량재도 올해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선택돼 이색적인 전시 공간이 될 예정이다.


2024 부산비엔날레 전시 장소인 부산현대미술관 전경.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2024 부산비엔날레 전시 장소인 부산현대미술관 전경.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2024 부산비엔날레 전시 장소인 중앙동 현대빌딩.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2024 부산비엔날레 전시 장소인 중앙동 현대빌딩.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2024 부산비엔날레 전시 장소인 초량재.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2024 부산비엔날레 전시 장소인 초량재.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김성연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은 “참신한 주제와 구성으로 일반적인 전시와의 차별성을 시도하고 있다. 전시를 떠나 해적 카니발, 사운드 프로젝트 등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티들도 있으니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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