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커머스 위협에 국내 유통업계도 '맞불'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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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 자금력으로 한국 공략
쿠팡, 3조 원 규모 투자로 '응수'
이마트·GS 등 오프라인도 긴장
품질·가품 '생태계 교란' 우려도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알리익스프레스 제공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알리익스프레스 제공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전자상거래(차이나 커머스) 기업이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신규 투자와 본업 경쟁력 강화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들이 보기에 자금력을 앞세워 초저가로 밀어붙이는 차이나 커머스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황소개구리’로 비춰진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한국 유명 배우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와 인기 예능 TV프로그램 속 간접광고(PPL)로 각각 한국 안방을 정면 공략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공격적 마케팅에 차이나 커머스 사용자는 급속히 늘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한국인 이용자 수는 2년 새 4배가 됐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 한국인 이용자는 2022년 3월 218만 명, 2023년 3월 413만 명, 올해 3월 887만 명 등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매서운 중국발 공세에 국내 업체의 맞불 작전도 시작됐다. 우선 국내 이커머스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쿠팡과 알리의 ‘쩐의 전쟁’이 눈길을 끈다. 쿠팡은 최근 3년간 3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경북 김천과 대전, 울산, 충북 제천 등 전국 8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일제히 건립해 운영하고 2027년까지 전국민 5000만 명을 대상으로 무료 로켓배송을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쿠팡의 투자 발표는 알리익스프레스 모기업인 알리바바가 국내 시장에 3년 간 1조 4400억 원(1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발표 2주 만에 나온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제 막 흑자를 내기 시작한 쿠팡의 투자 결정을 ‘필사즉생’의 배수진을 쳤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쿠팡이 3조 원 투자계획을 내놓은 지 두 시간도 안 돼 또다시 ‘맞불 작전’을 펼쳤다. 알리는 한국상품 전용관인 케이베뉴 입점사의 수수료 면제 정책을 오는 6월까지 지속하고 국내 판매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쿠팡이 신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중국 거대 유통 공룡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대만에도 진출한 쿠팡이 중요한 교두보인 한국을 그대로 내주면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이마트 주주총회에서 강승협 이마트 주주총회 의장(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은 알리·테무의 공세를 걱정하는 주주들에게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전 임직원이 경영 쇄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의 허연수 부회장도 주총에서 “중국 이커머스는 온라인 채널에 가장 먼저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유통시장 교란과 함께 소비자 피해도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알리와 테무, 쉬인 이용 경험 소비자 800명을 조사한 결과 80.9%가 플랫폼 이용에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지적된 불만·피해 사항은 배송 지연(59.5%)이었고, 이어 낮은 품질(49.6%), 제품 불량(36.6%), 과대광고(33.5%), 사후 서비스(AS) 지연(28.8%) 등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정부도 업계 관계자, 전문가들과 함께 ‘유통미래포럼’을 꾸려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유통산업 혁신 간담회’를 열고 최근 급변하는 유통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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