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도시민이 찾는 새로운 즐거움, 수변공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주)로컬바이로컬 대표

부산, 바다도시 불구 수변 문화 부족
북항재개발 계기 바다 접근성 주목
시민 위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 필요

부산은 바다의 도시다. 16개 구·군 중 10곳이 해안에 접해 있으니 부산의 어느 곳을 지나더라도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바다는 도시민에게 관망의 대상이지 직접적으로 접근이 허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영도의 흰여울 문화마을과 절영해안산책로는 1990년대만 하더라도 군사지역으로 묶여 접근이 어려운 공간이었다.

지금은 해안가를 따라 걷다 보면 동삼동 중리 해변까지 연결돼 해녀들의 성게김밥도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바다를 느끼며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지금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리항은 어떤가. 작은 횟집들이 즐비한 조그만 어촌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높은 아파트와 호텔이 수변공간 인근에 들어서 항구와 주거 시설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었다.

사실 우리는 수변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없었던 것 같다. 예로부터 섬이나 해안가에는 왜구의 침입이나 습격을 막기 위해 해안 마을이나 주요 섬의 백성들을 내륙으로 이주시키는 공도(空島)정책이 펼쳐졌고, 포구나 항구는 수산물의 저장과 어항 보호를 위해 일반인의 접근을 막았다. 도심은 항만을 중심으로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항만 시설과 산업 시설 그리고 넓은 산업도로로 인해 바다와 간격이 벌어지면서 시민들의 바다 접근은 더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부산하면 바다 아니가”라고 하지만 해수욕장을 제외하고 전망의 용도 외에 바다를 활용할 방법을 찾는 일은 항만공사나 어촌계 등의 몫이 되어버렸다. 그러는 사이 바다는 우리의 인식 밖으로 밀려났다.

사실 해수욕장을 제외한 부산의 수변 지역은 시민들이 즐기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북항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이런 인식에 변화가 일어났다. 2009년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 주도로 북항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될 당시 시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에서 배후 도시의 접근성과 수변공간 활용에 관한 많은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이 과정에서 원도심과 북항을 연결하는 기본 축이 구축되고 접근성 향상 방안이 논의됐다. 부산의 원도심에서 수변까지 접근이 가능한 지금의 모습이 여기서 형성된 셈이다.

최근엔 이순신대로가 개통돼 북항재개발로 바뀐 공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구간을 지날 때마다 1부두의 건축물과 오래된 창고 그리고 새롭게 조성된 북항마리나와 건설 중인 오페라하우스의 모습을 본다. 역사·문화적인 장소성과 새롭게 구축된 공간이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덱을 통한 부산역과 도심 간 이동이 수월해지면서 북항은 앞으로 부산의 대표적인 수변공간으로 시민들의 새로운 활동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싱가포르는 수변공간을 중심으로 시민들에게 다양한 활동 무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다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클라키(clarke Quay) 구역의 경우 예전엔 물류 창고가 밀집한 곳이었으나 역사·문화 자원을 중심으로 경관적 요소를 보존·활용하는 방식으로 지역의 고유성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또 주변의 보트키(Boat Quay)와 연결해 수변공간을 걷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외 생태 다양성을 위한 ‘그린 앤 블루 플랜(Green and Blue Plan)’이라는 50년 단위의 장기 도시계획도 눈여겨 볼 만하다. ‘생태’ ‘휴양’ ‘기능’ 수요를 맞추는 녹지와 수변공간을 조성하려는 계획인데 시민의 휴양 공간과 생태학적 개선, 도시 활력 제공의 측면에서 균형감 있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북항 또한 역사·문화적 공간과 새로 조성되는 공간의 조화를 염두에 둔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수변공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기에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이 북항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바다 접근성을 높여 주는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 이를 계기로 부산의 수변공간에서만 맛보는 즐거움을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

부산에는 3개 국가어항과 13개 지방어항, 12개 어촌정주어항 등 총 50개의 어항이 해안선을 따라 산재해 있다. 지금은 기능적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바다의 개념을 바꾸는 공간으로 수변 계획이 수립되었으면 한다. 즉 바다는 언제나 위험한 곳이 아니라 해양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의 어항 기능과 향후 새로 시도되는 기능 간 조화를 위한 과정도 놓쳐서는 안 되겠다. 앞으로 기장에서 다대포까지 획일적인 모습이 아니라 생태와 사람 그리고 다양한 역사·문화적 지역성을 살린 수변공간 계획을 수립해 시민들이 바다도시의 아름다움을 한껏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