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부경남 출향인사들과 고향의 맑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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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중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부산상공회의소 양재생 회장이 취임 후 가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임기 내 부산시민의 먹는 물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양 회장은 또 대통령께 건의해서 긍정적 답변을 얻었다면서 식수 문제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민들의 깨끗한 물에 대한 갈증은 수십 년이 된다. 건설부와 환경처가 ‘부산시와 마산 창원 진해 김해 등 경남지역의 안전한 식수 공급 대책’을 내놓았을 때가 1994년이었으니, 그때부터 쳐도 30년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그 3년 전인 1991년에 부산 경남을 공포에 떨게 했던 최악의 환경오염사태, 낙동강 페놀 유출이 있었다.

1994년 당시 정부 계획은 합천댐 물이 흐르는 황강 하류에서 하루 100만 톤을 취수해 경남 4개 시(마산 창원 진해 김해)에 50만 톤, 부산에 50만 톤을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황강 하류 취수지점에서 매리취수장까지 86.8km에 이르는 송수관로를 매설해 1998년까지 광역상수도를 완공한다. 또 소요 예산은 전액 국고로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다목적댐을 건설해 낙동강 유지용수를 늘려나가겠다고 돼 있었다.

그런데 부산 경남의 수돗물은 정부 계획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중금속과 산업폐수가 섞여 들고,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독성녹조가 창궐해 오히려 더 악화됐다. 부산은 물론이고 경남 주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창원·함안·김해, 그리고 양산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수돗물은 식수에 부적합한 2·3급수이고, 심지어 4급수일 때도 있다.

2009년 진주의 출향인사들이 재부진주향우회를 재결성했다. 낙동강 수질이 자꾸 나빠진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져 하류 주민들은 남강댐 물을 나눠 먹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상류 주민들은 재산상의 불이익과 안정된 삶을 위협받는다고 반발하고 있을 때였다. 2012년에는 진주 출신의 부산지역 유력 기업인들이 진주의 재계, 교육계. 언론계 등 주요 인사들과 함께 ‘진주·부산발전협의회’를 결성했다. 필자와 진주상공회의소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부산시장과 진주시장은 고문을 맡았다

두 단체의 창립 취지는 모두 진주 출신 부산 상공인들이 고향 진주 발전에 이바지하고, 부산과 진주가 상생해서 공동 번영을 꾀하자는 것이었다. 고향과 격의 없이 소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강댐과 서부경남 물의 부산공급을 놓고 벌어지는 지역간 갈등이 해소되고, 물 문제 해결의 접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에서였다. 부산만 하더라도 진주 인구보다 더 많은 40만 명 이상의 진주 출향인사들이 살고 있고, 서부경남 출향인사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아진다.

재부진주향우회는 산하에 ‘맑은 물 나눔운동 본부’를 설치하고 10년 넘게 노력해 왔다. 양정동 부산상수도사업본부 광장에서 진주 농산물 등을 싸게 파는 바자회를 열고 부산·동부경남 맑은 물 공급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재부경남향우연합회도 경남지역 신문에 ‘이웃 형제·자매에게 남강댐 남는 물 공급’을 호소하는 광고를 내는 등 힘을 합쳤다. 진상회(진주 상공인단체)와 남강회(진주 출신 부산기업인 모임)는 10년 넘게 골프 회동을 하면서 두 지역의 상생발전을 협의하고 있다.

최근 안동시가 낙동강 상류의 안동댐 물을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을 펼치는 대구에 공급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했다. 대구시가 상생협력금을 제공하는 한편 두 지역이 공동발전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구는 ‘물의 공공재 성격’을, 안동은 ‘상류 물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진주와 서부경남 출향인사들이 고향을 향해 맑은 물을 공급해달라는 호소에는 중동부경남과 비교해 발전이 더딘 고향에 대한 안타까움과 희망이 함께 들어있다. 양재생 부산상의회장의 고향도 서부경남인 함양이다. 또 경남향우연합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애향심이 강한 분이다.

그 어느 때보다 맑은 물 공급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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