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죽었는데도 거리 활보"…거제 전 여친 폭행 남성 신상 털렸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남 여성단체가 18일 경남경찰청 앞에서 전 여친을 폭행한 가해자에 대한 구속 수사와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여성단체가 18일 경남경찰청 앞에서 전 여친을 폭행한 가해자에 대한 구속 수사와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거제시에서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에 무단침입한 뒤 수차례 폭행한 20대 남성 김 모(20) 씨의 신상 정보와 사진이 온라인 상에 확산하고 있다. 김 씨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19세 대학생 A 씨는 지난 10일 숨졌다.

19일 SNS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폭행치사 혐의로 입건된 김 씨의 출신 고등학교와 졸업 사진 등이 공유됐다. 적법한 절차 없이 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인데도 이렇듯 김 씨의 정보가 퍼지고 있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가해 남성 김 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께 전 여자친구 A 씨가 사는 거제시 고현동 한 원룸에 무단으로 침입해 A 씨 얼굴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는다.

머리를 크게 다쳐 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던 A 씨는 지난 10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했고,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망 직후인 12일 1차 부검에선 ‘패혈증에 따른 다발성 장기 부전’이라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최초 피해자 신고로 수사에 착수했던 경찰은 11일 경찰서를 찾아온 A 씨 부모로부터 사망 사실을 통보받고 당일 A 씨를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긴급체포를 불승인했고, A 씨는 그대로 풀려났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긴급체포 요건으로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피해자 사망 원인이 "폭행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는 구두 소견을 내놨다. 이에 경찰은 국과수에 조직 검사 등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폭행과 사망의 인과성이 입증돼야 김 씨의 기소가 가능한데, 김 씨 측은 의료과실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교 재학 중 만난 두 사람은 교제 기간 수 차례 다투다 최근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진학한 이들은 교제 기간에만 11건의 경찰 신고가 있었다.

A 씨는 김 씨와 사귀는 동안 지인들에게 "남자 친구한테 맞았는데 그때 배를 발로 차였다. 그 충격 때문인가", "나 때리고 내가 너무 아파해서 내 얼굴 보고 울던데", "나 때리는 게 일상" 등 피해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지난 18일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해 "몇 년 동안 따라다니며 딸을 폭행하고 괴롭혔던 가해자로 인해 죽임까지 당하고, 죽고 나서도 편하게 가지 못하고 영안실에 누워 있는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지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국과수에서 딸이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이 폭력이 아니라고 해 딸을 죽인 가해자는 구속도 되지 않고 지금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법이냐, 무슨 법이 이런가. 수사 당국은 피해자와 유족이 피를 흘리고 있는데 가해자의 인권만 지켜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 어머니는 "폭력에 의해 죽은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도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데 건강하던 우리 딸은 왜 죽었나"라면서 "국과수에 묻고 싶다. 아무런 병이 없던 사람이 아무 일도 없었는데 10일 만에 패혈증으로 죽을 수 있나. 폭력이 있었기 때문에 다발성 장기부전이 온 것이 아닌가. 부디 정밀 검사에서는 제대로 된 결과가 나와 차가운 지하에 누워 있는 딸의 영혼을 달래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지역 여성단체들도 이번 사건은 스토킹 피해임을 주장하며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김 씨는 A 씨와 교제 중일 때도 수시로 폭력을 행사했다. A 씨는 김 씨 연락을 피하기 위해 전화번호와 SNS 계정도 바꿨으나 김 씨는 친구들을 통해 A 씨를 금방 찾아내 아무 소용이 없었다"면서 "수사기관은 김 씨를 즉각 구속하고 A 씨 사망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 김 씨의 살인 행위를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