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일반인 생존자들 “해수부는 배·보상 직권재심의하라”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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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의원·김동수 씨, 국회 기자회견 열어 ‘배·보상 직권재심의’ 촉구
생존자들, 세월호 참사 10년 흘렀지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호소
정부, 불완전한 배·보상 결정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추가 배·보상 난색
윤미향 “트라우마로 어려운 삶에 놓인 생존자들 국가가 구조해야”

윤미향 국회의원이 22일 오후 2시 2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세월호참사 일반인 생존자 김동수 씨와 기자회견을 갖고 해양수산부에 세월호 일반인 생존자들에 대한 배·보상 직권재심의를 촉구하고 있다. 윤미향 의원실 제공 윤미향 국회의원이 22일 오후 2시 2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세월호참사 일반인 생존자 김동수 씨와 기자회견을 갖고 해양수산부에 세월호 일반인 생존자들에 대한 배·보상 직권재심의를 촉구하고 있다. 윤미향 의원실 제공

4·16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은 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22일 오후 2시 2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세월호참사 일반인 생존자 김동수 씨와 기자회견을 열어 해양수산부에 배·보상 직권재심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미향 의원과 김동수 씨에 따르면 세월호 파란바지의 의인,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애썼던 김동수 씨를 비롯한 제주 세월호 일반인 생존자 24명(이하 생존자들)은 참사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어려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생존자들은 2015년 3월 29일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으로 배·보상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당시 배·보상 신청기한(법시행 6개월) 내 생존자들의 후유장애를 제대로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제대로 된 배·보상을 위해 2021년 12월 해수부에 직권재심의 검토를 요청했다.

2015년 당시 제주대학교병원, 제주한라병원, 고대안산병원, 연대세브란스병원 등에서 발급한 후유장애진단서에 따르면 △정확한 치료 경과 및 예후를 판단하기 어려움 △추후 재평가를 통해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함 △외상 후 최소 2년 이상이 경과한 후에 판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 시점은 외상 후 1년 2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적절하지 못함을 고려해야 함 등의 진단을 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2021년 발간한 ‘세월호참사 배·보상 기준과 추진과정의 적정성 조사결과보고서(이하 보고서)’에서도 “생존자의 정신행동 장해진단은 외상사건 발생 18개월이 지나고 난 후에 진단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청기간이 6개월로 정해져 있었기에 피해자들은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진단 결과를 제출해야만 했다(보고서 49쪽)”는 점을 근거로 “세월호참사 배·보상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점 등을 고려하여 직권재심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보고서 56쪽)”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생존자들은 2021년 12월, ‘4·16 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배보상심의위)’에 직권재심의를 요청했다. 해수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장은 이 요청에 대해 2022년 1월 “배보상심의위 의견조회 결과, ‘관련 국가배상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해당 확정판결의 판시사항 및 판결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분석 후 위원 전원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자는 의견이 다수”라고 회신했다.

관련 국가배상(배·보상을 거치지 않은 생존자들의 국가배상소송)은 올해 3월 확정됐다.

이에따라 김동수 씨를 비롯한 생존자들은 2022년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장의 회신에 따라 해수부에 직권재심의 검토를 요청했으나, 지난 1월 19일 해수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가족지원과로부터 ‘배상금 지급 결정과 동의 과정에서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 등 당연 무효 사유가 없는 직권재심의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2023년 6월, 김동수 씨를 포함한 6명의 생존자에 대해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는 “최소 2028년까지 5년 동안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향후 치료비 약 1200만 원)가 필요하고, 그 5년 동안 28%의 노동능력이 상실될 것으로 예상되며, 트라우마 지속 여부는 2028년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감정결과를 낸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변상철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 소장이 참석해 관련 경과를 설명하고,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가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한 세월호참사 일반인 생존자 김동수 씨는 “제주도에 수학여행 온 학생과 눈이 마주치면 눈물이 나고 이명이 심해진다. 약이 없으면 며칠씩 잠을 못잔다”며 10년 동안 겪고 있는 트라우마 고통을 호소했다.

김 씨는 치료를 위해 서울을 오가느라 집안 형편은 어려워졌고, 두 딸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웠다고 미안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그런데도) 국가는 어느 한 군데 나서서 치료해주려 하지 않았다”며 “4·3과 5·18 민주항쟁 피해자들이 아직 치료 중인데, 10년에 어떻게 치료되겠냐”고 꼬집으며 생존자들이 제대로 살 수 있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윤미향 의원은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구조 실패가 명백히 밝혀진 참사로, 국가는 생존자들의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져야한다. 그러나 정부는 당시의 불완전한 배·보상 결정에 생존자들이 동의했다는 이유로 추가 배·보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주체인 국가가, 생존자들을 트라우마 피해에서 구조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또 한 번 포기하는 것이다. 해수부는 조속히 배보상심의위 안건으로 상정해 (세월호) 생존자들에 대한 직권재심의를 진행함으로써 아직도 트라우마 피해로 어려운 삶에 놓인 생존자들을 구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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