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적자 위험…다시 불 붙는 지리산 케이블카 논쟁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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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 대통령 등 케이블카 추가 설치 시사
환경단체 134곳, 기자회견 열고 백지화 촉구
생태 환경·공익적 가치·경제성 등 문제 제기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실천단’ 등 산청·함양·남원·구례지역 환경운동단체 134곳은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김현우 기자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실천단’ 등 산청·함양·남원·구례지역 환경운동단체 134곳은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김현우 기자

정치권이 케이블카 추가 설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잠잠하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논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환경단체는 환경파괴는 물론 지자체 출혈경쟁을 부추기는 케이블카 설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실천단’ 등 산청·함양·남원·구례지역 환경운동단체 134곳은 지구의 날인 22일, 경남도청 서부청사와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리산이 케이블카 망령으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추진에 나선 지자체들을 비판했다. 이어 “지리산권 4개 지자체의 케이블카 계획은 정상 지향 산행문화를 부추기고 반달가슴곰 등 야생 동물의 삶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보호 가치가 높은 식생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기존 탐방로와의 연계를 피할 수 없고 경관을 훼손하고,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등 너무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케이블카 수익성에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현재 전국 41개 케이블카가 출혈 경쟁을 벌이며 적자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재원 마련 방안도, 경제성도 확실하지 않은 케이블카를 추가로 설치하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환경부의 미적거림이 지리산권 지자체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환경부는 지리산 케이블카 계획서를 당장 반려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생태환경과 공익적 가치를 훼손하고, 경제적 타당성도 없는 케이블카, 산악열차, 골프장 건설 등을 포기하라”고 말했다.

산청군에서 바라본 지리산 전경. 시천면 중산리~장터목 인근 3.15km 구간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산청군에서 바라본 지리산 전경. 시천면 중산리~장터목 인근 3.15km 구간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김현우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케이블카 설치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은 건 최근 정치권에서 잇따라 나온 발언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강원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주민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제22대 총선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 신성범 당선인도 핵심 공약에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올려놓고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그 어떤 이유로든 지리산 케이블카가 다시 거론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새롭게 구성되는 제22대 국회가 국립공원 케이블카 악법을 개정해 지리산을 포함한 국립공원의 생태적 건강성과 생물종다양성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된 건 이번이 4번째다. 경남 산청과 함양, 전남 구례, 전북 남원 등 4개 지자체가 앞서 2007년과 2012년, 2017년에 각각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케이블카 구상 당시 이들 지자체는 관광객 유입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를 들어 환경부에 심의를 요청했으나 경제성과 공익성, 환경성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부결된 바 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조건부 승인을 계기로 다시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경남 산청군과 전남 구례군은 앞서 지난해 6월과 12월, 각각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지리산 국립공원 공원계획변경 심의를 신청했다. 여기에 전북 남원시도 관련 용역을 시작했으며, 경남 함양군은 용역을 계획 중이다.

산청 지리산케이블카 정류장 조감도. 왼쪽이 중산정류장, 오른쪽이 상부정류장이다. 산청군 제공 산청 지리산케이블카 정류장 조감도. 왼쪽이 중산정류장, 오른쪽이 상부정류장이다. 산청군 제공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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