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은 이제 그만!”…콘크리트가 CO2 먹는 시대 열린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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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연, ‘나노버블 활용한 CO2 먹는 콘크리트’ 국내 최초 개발
나노버블 배합수 활용한 이산화탄소 저장 콘크리트 제조기술
1m³ 레미콘 생산 시 1.0~1.8 kg CO2 콘크리트 내부 저장 가능
“국내 레미콘 시장서 연간 50만t 이상 CO2 감축 기여 기대”

레이저를 통해 확인된 나노버블수. 일반수(왼쪽)와 CO2 나노버블수(오른쪽). ※일반적으로 나노버블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레이저(532nm, 나노미터파장) 산란 현상을 통해서 가시적으로 확인 가능. 건설연 제공 레이저를 통해 확인된 나노버블수. 일반수(왼쪽)와 CO2 나노버블수(오른쪽). ※일반적으로 나노버블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레이저(532nm, 나노미터파장) 산란 현상을 통해서 가시적으로 확인 가능. 건설연 제공

CO₂양생 기술 적용 전후 비교(페놀프탈레인 용액분무를 통한 콘크리트 탄산화 확인). CO2 양생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콘크리트 시험체(왼쪽), CO2 양생 기술을 적용한 콘크리트 시험체(오른쪽). ※ 콘크리트의 pH를 이용한 방법으로 보라색으로 변색되지 않으면 콘크리트가 탄산화된 것(CO2 흡수)으로 판단. 건설연 제공 CO₂양생 기술 적용 전후 비교(페놀프탈레인 용액분무를 통한 콘크리트 탄산화 확인). CO2 양생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콘크리트 시험체(왼쪽), CO2 양생 기술을 적용한 콘크리트 시험체(오른쪽). ※ 콘크리트의 pH를 이용한 방법으로 보라색으로 변색되지 않으면 콘크리트가 탄산화된 것(CO2 흡수)으로 판단. 건설연 제공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은 지구온난화의 원인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CO2)를 콘크리트 안에 저장하는 이른바 ‘나노버블을 활용한 CO2 먹는 콘크리트’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콘크리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공재료로서 연간 300억t(톤) 정도 생산되며, 사회기반시설과 도시화 수요로 인해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단일 품목임에도 전체 온실가스의 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콘크리트 생산(시멘트 포함)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CCUS 기술이란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Carbon)를 포집(Capture)하고, 이것을 활용(Utilization) 및 저장(Storage)하는 기술이며, 신기후체제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필수 기술로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CCUS 기술을 콘크리트에 적용한 ‘CCU for concrete(이하 CCU 콘크리트)’ 기술은 CO2를 콘크리트 생산에 활용해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 콘크리트를 의미한다. 2021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CCU 콘크리트는 이론적으로 2050년까지 0.1~1.4 Gt(기가톤)의 CO2를 격리할 것으로 추정된다. CCU 콘크리트는 포집된 CO2와 콘크리트의 반응을 통해 미네랄화(광물탄산화)하여 CO2를 대기 중에 재방출없이 안정적으로 콘크리트 내부에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로 알려져 있다.


나노버블수를 활용한 CO2 먹는 콘크리트 기술 개요. 건설연 제공 나노버블수를 활용한 CO2 먹는 콘크리트 기술 개요. 건설연 제공
CO2 나노버블 배합수 제조 장치. 건설연 제공 CO2 나노버블 배합수 제조 장치. 건설연 제공

일반적으로 콘크리트는 대기 중의 CO2와 접촉해 내부의 pH(수소 이온 지수)가 낮아지면서 알칼리성을 잃고 탄산화반응을 하는 물질이다. 대기 중의 CO2 농도는 400ppm으로 매우 낮기 때문에 이러한 탄산화반응이 매우 서서히 진행되지만, 내구성이 약한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철근은 부식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CCU 콘크리트 기술은 고농도의 CO2를 의도적으로 콘크리트 내부의 물질과 반응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화학반응을 통해 CO2를 강도증진 물질인 탄산염 광물로 전환시켜 콘크리트 내부에 영구적으로 저장한다.

결과적으로 탄산염 광물이 콘크리트 미세조직의 밀도를 높여서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도와 내구성이 향상된 콘크리트를 제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CCU 콘크리트는 단순히 CO2 저장소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성능 향상 및 시멘트 사용량 감소 등 부가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시장 잠재성이 매우 큰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콘크리트 양생용 CO2 고온 가압 챔버(용량 350L, 최대온도 250℃, 최대압력 30Bar). 건설연 제공 콘크리트 양생용 CO2 고온 가압 챔버(용량 350L, 최대온도 250℃, 최대압력 30Bar). 건설연 제공

이에 건설연 구조연구본부 연구팀은(팀장 박정준 박사)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물이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고, 동시에 콘크리트의 압축강도 및 내구성도 향상시킬 수 있는 ‘나노버블을 활용한 CO2 먹는 콘크리트‘CEC(Carbon Eating Concrete)’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는 시멘트 가루와 물, 골재를 반죽해 혼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나노버블을 사용해 일반 대기압 조건에서도 CO2를 고농도로 저장할 수 있는 CO2 나노버블수를 개발했다. ‘CO2 나노버블수’란 다량의 나노버블이 존재하는 물에 CO2가 고농도로 용해된 물을 말한다. 개발된 기술은 물(배합수) 대신에 CO2 나노버블수를 산업부산물과 함께 콘크리트 생산에 활용하는 제조 기술이다. 첨단 분석 기술(라만 분광법)을 통해 CO2 나노버블수 안에 존재하는 CO2가 콘크리트와 화학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검증했다.

개발된 기술은 1㎥의 콘크리트를 생산하면 1.0~1.8kg CO2를 콘크리트 내부에 직접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이는 CO2 직접 주입 기술 분야의 세계 선도 기업인 캐나다 ‘카본큐어(Carbon Cure)’사의 직접주입법에 의한 CO2 저장량과 유사한 수준이다.

추가로 연구팀은 CO2 반응성이 높은 산업 부산물을 사용해 시멘트 사용량을 절약할 수 있는 최적의 온습도 조건 및 배합기술을 적용한 ‘CEC’도 개발했다. 개발된 CO2 양생 기술은 적은 양의 시멘트로도 콘크리트의 물리적 성능을 최대로 발현할 수 있다.

즉, 기존 증기 양생 기술에 비해 콘크리트 생산에 더 적은 에너지가 소모되며, CO2 양생 기법을 적용해 기존 대비 동등 이상의 압축 강도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높은 CO2 저장 효율을 갖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연구팀은 다양한 온도와 압력 조건의 CO2 양생 환경을 모사하기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콘크리트용 CO2 고온 가압 양생 시스템을 구축했다.

건설연 김병석 원장은 “개발된 기술은 국내 레미콘 시장에서 연간 50만t 이상의 CO2를 감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원천기술의 상용화를 통해서 건설 분야의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는 과학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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