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교육 후 반려견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즐거워졌어요"
[부산시 반려동물 돌봄 시민교육]
지난 주말 수료식 끝으로 상반기 수업 종료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즐긴 미니운동회
즉문즉답 토크쇼 등 다채로운 행사 가져
보호자 대부분 “다시 듣고 싶다” 큰 만족감
"반려견 99.9% 믿되 0.01% 의심해야…
좋은 관계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감 필요"
반려인과 비반려인, 반려견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열린 '부산시 반려동물 돌봄 시민교육'이 지난 주말 수료식을 끝으로 5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수업에 참여한 시민들은 "반려견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 날에는 수업을 마무리하는 반려견 미니 운동회가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어디에서도 못 해 볼 색다른 경험에 보호자와 반려견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했다.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 즐거웠던 미니운동회
지난 9일 부산 남구 동명대학교 풋살경기장에서 진행된 마지막 수업은 앞서 4주 동안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반려견과의 유대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해 미니운동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은 운동회답게 동명대 반려동물보건학과 학생들이 관객으로 자리를 채웠다.
먼저 보호자와 반려견이 산책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을 위한 사전 테스트에 나섰다. 산책할 때 학생들이 부르거나 소리를 질러도 보호자를 잘 따라가는지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이날 참여한 반려견들은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한눈팔지 않고 보호자의 리드하에 산책을 완수해 박수를 받았다. 신라대 일반대학원 반려동물학과 김병석 교수는 "이 정도만 해도 100점 반려견"이라며 "앞선 수업에도 말했듯이 방어 산책이 가장 중요하다. 반려견과 일반인 사이에는 보호자가 있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격적인 운동회가 시작됐다. 운동회는 △기다려 △달리기 △장애물 달리기 대회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기다려 대회'에서는 반려견이 네모난 매트 위에서 보호자와 멀어진 후 기다린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등은 43초를 기록한 까미에게 돌아갔다. 까미는 보호자가 멀어져도 요지부동 얌전히 기다려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반려견이 콜사인을 듣고 가장 먼저 보호자를 찾으면 되는 ‘달리기 대회’가 이어졌다. 여러 번의 예선과 결선을 거쳐 반려견 영도가 가장 빠른 반려견으로 뽑혔다. 영도 보호자 송한나 씨는 "집 주변 산책 때 말고는 이렇게 뛰어다닐 일이 없어서 1등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 반려견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5주간의 교육을 통해 반려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야외 배변 때문에 나갔던 산책 시간도 더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마지막 대회인 ‘장애물 달리기’에서는 쁘나가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미니 운동회는 마무리됐다. 김 교수는 "반려견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재밌게 논 후 피곤해서 지쳐 잠드는 것이다. 산책과 운동은 다르다. 산책은 탐색하는 행위, 운동은 뛰는 행위다. 산책과 운동을 많이 시켜주는 게 반려견에게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운동장을 누비며 뛰어노는 반려견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즉문즉답, 반려견 행동 원 포인트 교육
미니 운동회가 끝난 후에는 강의실로 장소를 옮겨 평소 궁금했던 점을 해소하는 즉문즉답이 진행됐다. 전문가를 만나 1 대 1로 질문할 기회가 없던 보호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김 교수는 집에 아이가 있는데 울타리를 넘어오는 반려견을 어떻게 해야 하는냐는 질문에 "반려견이 울타리는 뛰어넘는 행동은 보호자와 함께 있고 싶다는 의미"라며 "반려견과 아이가 함께 있어도 큰 문제는 없지만 절대 둘만 둬서는 안 된다. 반드시 보호자가 함께 있어야 하며, 문제 행동을 한다면 그때는 격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에 손님이 오면 짖고 달려드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김 교수는 '침묵의 박스' 방법을 추천했다. 먼저 반려견이 뛰어넘지 못할 정도의 박스를 거실에 둔다. 손님이 찾아왔을 때 달려들거나 짖는다면 곧바로 박스에 넣어 격리시킨다. 30초~1분 정도 지나 풀어 준 후 ‘옳지~’와 간식으로 보상한다. 이 방법은 짖어서 안에 들어갈래? 아니면 여기서 놀래?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반려견에게 주는 것이다. 이때 핵심은 대화와 눈 맞춤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 벌을 준 다음에는 반드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청소기를 싫어하는 반려견을 위한 방법도 소개했다. 청소기를 보면 달려들거나 짖는 반려견들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소기를 쓰지 않더라도 거실 한복판에 두고 그냥 건드려보고, 한번 켜 보는 등 익숙하게 만들면 된다고 조언했다. 아니면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침묵의 박스 방법을 활용해도 된다.
반려견 예티를 위해 반려견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교육에 관심이 많은 이정아 씨는 "교육을 한다면 또 참여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엔 다른 사람들의 추천이나 기호에 많이 휘둘렸는데, 이번 교육을 계기로 내 반려견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만큼 앞으론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5주간의 수업을 마무리하며 김 교수는 "내 반려견은 보호자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하지만 99.9% 믿되 0.01%는 의심해야 한다. 여태까지 사고가 없었다고 해도 정말 안 친 건지, 아직 안 친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의심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반려견에게 희생하고, 매달리는 관계는 좋지 않다. 평소에도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생각을 갖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서로 행복해지는 길이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와 반려동물 단체 ‘이유있는 동물 동행’, 부산일보가 함께하는 '반려동물 돌봄 시민 교육' 하반기 수업은 오는 9월 신라대에서 진행된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