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튜브의 그림자: 정보의 혼란과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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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경 동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05년 4월 23일 미국의 한 젊은 청년이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코끼리 앞에서 찍은 영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다. 겨우 19초 분량 영상이었다. 오늘날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의 시작이었다. 그해 11월 개설 직후에 1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하루 1억 개 이상의 비디오 클립이 게시되면서 인터넷상에서 동영상 공유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었다. 이듬해 10월 구글은 16억 5000만 달러(당시 약 1조 6000억 원)를 거액으로 지불하고 유튜브를 인수했다.

현재 유튜브는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고 매달 이용자는 20억 명이 넘으며, 이들이 매일 시청하는 시간은 10억 시간을 초과한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영상콘텐츠 양은 1분당 500시간 이상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구글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방문하고 있다. 한국인의 유튜브 사랑은 유별나다. 글로벌 한 조사 기관에 의하면, 세계 평균 유튜브 월 이용 시간은 약 23시간인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월 40시간 이용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유튜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115만 명으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사용자 수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모바일 앱 총사용 시간은 1위(175억 시간)이며, 카카오톡(66억 시간)과 네이버(45억 시간)을 가볍게 제쳤다.

유튜브는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검색포털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다. 누구나 쉽게 원하는 정보를 찾아보고 지식을 습득하는 데 유튜브만 한 게 없다. 그야말로 유튜브에 없는 정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거짓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의 숙주로 역할을 하며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기 때문에 법적인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자발적인 커뮤니티 윤리가이드만으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 최근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50대 유튜버가 생방송 중인 또 다른 유튜버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줬다. 두 사람은 각자 구독자 수천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서로 고소·고발 등 법적 분쟁을 이어오던 중이었다. 피습 당시 피해자 비명 등 음성이 고스란히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돼 현장 분위기가 실시간으로 노출됐다.

서양 속담에 ‘보는 것이 믿는 것(Seeing is Believing)’이라는 게 있다.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본 것을 사실이라는 믿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전통적인 미디어 환경에서 텔레비전은 시청자들에게 시각과 청각적 요소를 활용해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매개된 사실적 정보를 전달해 줬다. 전파라는 공공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방송사는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정보를 공중에게 전달해야 하는 사회적 공적책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오늘날 유튜브에게 같은 수준의 공적책무를 요구할 수 있을까? 누구나 자신이 제작한 영상을 손쉽게 올려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을 제공하면서 유튜브는 데이터와 광고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번 부산 사건은 유튜브에 대한 공적 규제 논의를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플랫폼 기업의 자율규제에만 기댈 수 있는 상황을 벗어났다. 온갖 거짓 허위 정보와 혐오적인 표현이 생산되고 유포되는 확산되는 속도와 범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유튜브가 보여주는 세상과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의 경계가 너무 모호해 혼란스러운 지경이다. 최근 챗GPT 등장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이런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키고 혼란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와 시민의 정보 리터러시의 조화로운 균형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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