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9년 만의 방한 정상회담] 대화기구 구성 합의… 관계 회복 ‘플랫폼’ 마련 방점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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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수출통제 대화체 출범 합의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하기로

리창 중국 총리가 한일중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리창 중국 총리가 한일중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1시간가량 양자 회담을 갖고 경제·교류 등에서 보다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한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 재가동, 공급망 분야 ‘수출통제 대화체’ 출범에 합의하는 동시에 양국 간 ‘외교안보 대화’를 신설해 내달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미중 패권 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이른바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회담이 경색된 한중 관계를 정상궤도로 돌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리창 총리에게 최근 양국 대화와 교류 재개를 언급하면서 상호 존중 아래 공동 이익을 추구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리 총리 역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안부를 먼저 전하면서 양국이 상호 노력으로으로 ‘믿음직한 좋은 이웃’, ‘성공을 지원하는 파트너가 되자’고 적극적인 교류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사태 등 전 세계적인 안보 위기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가중, 신냉전의 심화 속에서 양국 관계의 도전 과제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한국으로선 자유·평화·번영이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동맹국 미국 주도의 안보 블록 구축에 보폭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협력 공간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북러 군사협력 등을 언급하며 중국의 역할을 재차 주문했지만, 중국 측이 적극적으로 화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정상회담이 아닌 만큼, 회담 결과물에 대한 현실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날 양국 간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까지 다양한 채널의 대화기구 구성에 합의하면서 양국 관계 회복의 ‘플랫폼’은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중국 총리의 방한은 2015년 리커창 총리의 방한 이후 9년 만이다. 이에 따라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성사될지도 관심이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7월 국빈 방한을 마지막으로 10년간 한국을 찾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 주석의 답방은 없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9월 방한 중인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회 상무위원장을 만나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초청했고, 지난해에도 주중대사를 통해 연내 방한을 기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시 주석 역시 지난해 9월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중 양자 회담에는 중국 측에서는 진 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 쑨 예리 문화여유부 부장, 싱 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류 쑤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우 정룽 국무위원 겸 국무원 비서장, 왕 원타오 상무부 부장, 마 자오쉬 외교부 상무부부장, 쑨 웨이둥 외교부 부부장, 캉 쉬핑 총리판공실 주임 등이 자리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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