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음악을 사랑한 방송기자, 인생 2막은 ‘LP바 DJ’ 송준우 앵무새 LP바 대표
지난해 퇴직… 7월 민락동서 오픈
LP와 CD 합해 총 4만 장 보유
“휴식·위안·기쁨 주는 공간 됐으면”
LP바 입구 벽에 최백호, 김민기, 김광석, 미국 가수인 샘 쿡, 프랭크 시나트라, 냇 킹 콜, 영국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앨범 커버가 걸려 있다. 바의 카운터 뒤로는 1500장의 LP판이 빼곡히 꽂혀 있다. 4개의 라운드 테이블과 바 테이블을 갖춘 세련되고 아늑한 공간이다. 앵무새 LP바(부산 수영구 민락동) 풍경이다.
“언론인으로 인생 1막을 살았는데, 인생 2막에선 평생 안 해 본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음악을 평소 좋아했는데, 음악을 틀어주는 바를 운영하기로 했어요.” 앵무새 LP바 송준우 대표의 얘기다.
손님들에게 ‘친절한 DJ’로 알려진 송 대표는 방송기자 출신이다. 1995년 1월 PSB(2006년 KNN으로 변경) 공채 1기로 입사해 정치부장, 편성부장, 경남보도국장, 뉴미디어국장 등을 역임했다. 정치 토크 프로그램 ‘시사 만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2023년 2월 KNN 뉴미디어국장을 끝으로 퇴직하며 28년간 언론인 생활을 마무리했다.
송 대표는 오래 전부터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의 페이지를 열겠다고 마음 먹었다. 주택을 구입해서 1층에 가게를 내거나 임대를 주고 주택에 사는 방안을 생각했다. 6년 전부터 부산 지역 주택가를 다니며 물색했고, 3년 전 살던 아파트를 처분한 뒤 2층 규모의 주택을 샀다. 광안리 바닷가와 가까운 조용한 주택가에 있고 교통도 편리해서 마음에 들었다.
지난해 회사를 그만 둔 그는 본격적인 2막 인생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주택 증축과 대수선 공사에 들어가 올해 5월 3층 주택으로 만들었다. 1층 인테리어를 마치고, 지난 7월 2일 앵무새 LP바를 오픈했다. 팝송과 가요를 들려주는 데 적합한 스피커도 2대 구입했다. LP바 운영에 과감하게 도전한 배경에는 남다른 ‘음악 사랑’이 있었다. 그가 현재 보유한 LP와 CD는 각각 2만여 장에 달한다.
“10여 년전부터 LP와 CD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구덕운동장 인근 벼룩시장에 일요일마다 가서 사거나, 서울 풍물시장을 방문하기도 했죠. 지인한테 받거나, 온라인 구매를 한 것도 있어요.”
그는 LP바를 운영하면서 요즘 인기 음악 트렌드를 알아보거나 젊은 가수에 대해 검색해 보기도 한다. 광안리에 온 MZ세대들이 인스타그램을 보고 오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송창식, 유재하, 김광석 노래를 알고 신청하는 것을 보면 신기합니다. 유튜브를 통해 1970~90년대 히트송을 즐긴다고 합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LP바를 차린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람들이 음악을 편하게 즐기고 휴식, 위안, 기쁨을 얻고 돌아가는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사인 부인도 올해 2월 명예퇴직해 앵무새 LP바에 합류했다.
그는 “취미와 특기를 바탕으로 2막 인생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막상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어떻게 살 것인지 정신적, 물질적 고민이 많이 생기고, 갑자기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허둥댈 수 있기 때문이다. 2막 인생을 위한 물질적 기반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단다. 빚을 져선 안되고 최저생계비 정도는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2막 인생에서는 쫓기듯이 살지 말고 자기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직장에서는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2막 인생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