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어렵사리 만났지만… 김 여사 해법은 없었다
21일 용산 대통령실서 현안 논의
오후 5시부터 1시간 21분 진행
한 대표, 김 여사 의혹 해결 요청
대통령실 “일부분 검토” 입장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81분 간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한 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여권의 핵심 리스크로 부상한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등 이른바 ‘3대 요구 사항’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는 한 대표나 대통령실이나 이렇다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빈손 회동’에 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동을 기점으로 회복이 기대됐던 당정 갈등 또한 해소가 요원하게 됐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정원 파인그라스에서 면담을 시작했다. 의제 제한을 두지 않은 이날 면담은 1시간 21분간 진행됐다. 면담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하면서 앞서 한 대표가 요청한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지난 7월 30일 정 비서실장이 배석한 채로 비공개로 만난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면담에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함께 정원을 산책했고 여기엔 정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 일부 참모들이 동행했다.
이날 면담에서는 김 여사 의혹 해소 방안과 의정 갈등, 야당 공세 대응, 당 체질 변화 등이 의제로 올랐다. 이날 면담은 한 대표가 말하고 윤 대통령이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 감찰관 임명과 활동 자제 등을 건의했고, 의정 갈등에 대해서는 여야 의정 협의체 출범을 강조했다. 이외 당정 관계 강화를 위한 당정대 협력 증진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면담의 핵심 의제로 꼽힌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 양측은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앞서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및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 등 ‘3대 요구 사항’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바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면담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해 이같은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3대 요구 사항 중 일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한 제2부속실 출범이 앞두고 있는 점 등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남동 라인’으로 불리는 김 여사 측근 인적 쇄신이나 각종 의혹 조사에 대한 대통령실 협조 부분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의혹 해소 방안과 관련한 한 대표의 3대 요구 중 일부분에 대해서 윤 대통령이 검토하겠다는 등의 취지로 한발 물러섰지만, 결과적으로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대통령실은 한남동 라인 의혹에 대해서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다”고 일축한 바 있다.
여권을 잠식하고 있는 김 여사 의혹에 대해서만큼은 ‘빈손 회동’이었다는 평이 나오면서 당내에선 향후 당정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날 면담 이후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은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 등을 전했다”면서도 면담에 대한 자세한 답변은 피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