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두고 계파 갈등 고조…대통령실도 가세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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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통령실·원내지도부에 일격
"국민 공감 어려워" "당대표, 원내외 총괄"
당정 갈등 안갯속에 당내 계파 갈등 본격화
여권 위기감 고조…"노골적 갈등 전례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으로 내세운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 추진이 당내 충돌의 기폭제가 됐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이를 ‘원내 사안’이라고 선 긋고 대통령실도 한 대표 뜻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한 대표는 “당대표는 원내외 사안을 총괄한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당정 갈등이 전면전으로 흘러가는 형국이다.

한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대통령실과 원내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우선 “우리는 문재인 정권보다 훨씬 나은 정치 세력”이라며 “특별감찰관 임명은 우리가 지난 대선 공약으로도 약속했던 것”이라며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에 명분을 더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자리로,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됐다. 현재 특별감찰관은 8년째 공석이다. 한 대표는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문제 해법을 위한 특별감찰관 임명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아직도 특별감찰관 추천과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특별감찰관 추천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은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들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통령실을 겨냥한 발언이다. 대통령실은 그간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묶어 이는 여야가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한·폴란드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한·폴란드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표는 또 “참고로 당대표 임무 관련 오해가 없도록 한 말씀 드린다”며 “당대표가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내든 원외든 총괄하는 임무를 당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추 원내대표의 전날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에 최종적으로는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당대표 차원의 추진이 아닌 원내 의원들과 논의해서 결정할 사안이라는 의미이다. 한 대표는 이어 “당대표는 당 전체를 총괄하는 사람이기에 당대표를 뽑는 전국 규모 선거를 하는 것”이라며 추 원내대표를 겨냥, 당대표의 권한과 위치를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외부 행사 참석으로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 원내지도부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 당정 갈등이 전면전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윤·한 면담’이 이뤄진 지난 21일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면담 이후 추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가졌다. 한 대표는 이후 계획된 면담 브리핑을 취소했고, 다음날인 22일 저녁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20여 명을 불러 만찬을 열었다. 친한계와 친윤(친윤석열)계의 분리이자, 계파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당내 의견도 갈린다. 다만 당정 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악화하면서 야당의 김 여사 특검법 등 공세에 대응하기 불리해졌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과 당대표의 갈등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난 건 사실상 전례가 없다”며 “‘당정 원팀’을 외치던 한동훈 대표와 윤 대통령이 멀어질수록 지지율은 나란히 곤두박질치고 야당 공세 대응 방향성도 못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4 뉴시스 포럼 10년 후 한국'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4 뉴시스 포럼 10년 후 한국'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감 이후 의원총회가 열리면 기존 당론이었던 ‘특별감찰관 및 북한인권재단 이사 연계’ 문제를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여당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도 친한계와 친윤계의 신경전이 감지되면서 당내 갈등 양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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