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담화·회견 진정한 사과와 쇄신책 없으면 화 키운다
정국 흔드는 의혹들 저항으로 인식 말아야
국민 요구 ‘특검’ 수용 등 전향적 조치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갖기로 한 것은 여론에 떠밀린 마지못한 결정으로 보인다. 당초 대통령실이 11월에나 ‘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온 데다, 7일의 담화·회견 결정도 4일 밤늦게 갑자기 발표돼서 그렇다. 이렇게 다급히 열리는 담화·회견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성과를 보고 드리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소상히 설명할 것”이라고는 했지만, 정작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김건희 여사나 명태균 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서 우려스럽다.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것은 기시감이 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4월 1일 대국민담화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쐐기를 박으며 타협을 거부했다. 그 결과 의료대란은 더욱 난맥상에 빠져들었다.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뒤인 5월 9일 ‘취임 2주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적 요구가 비등한 ‘채 상병 특검’을 거절했다. 8월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는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며 자화자찬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컨대 윤 대통령의 앞선 담화·회견은 독불장군식 국정 운영에 대한 진솔한 해명이나 사과보다는 오히려 국민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것으로 일관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까지 언행을 돌아볼 때 윤 대통령의 이런 태도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묵묵히 일하겠다는 뜻”이라고 전했지만, 실상은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 국정기조를 고집하겠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어떠한 어려움에도 4대 개혁을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다음날 “저항에 맞서며 절대 포기하지 않고”라는 말로 거듭 강조됐다.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각종 국민적 의혹을 저항으로 받아들이는 윤 대통령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7일 담화·회견이 실효를 거두려면 이런 우려를 떨쳐낼 수 있는 윤 대통령의 확실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 앞선 담화·회견에서처럼 자화자찬의 국정 홍보에 주력한다면 화만 키울 뿐이다. 국민이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에 대한 겸허한 사과와 쇄신책이 제시돼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자신과 김 여사가 얽힌 숱한 의혹에 숨김없는 해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특검’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 60% 이상이 지지하는 특검이다. 이를 배제하고서 담화·회견이 진정성을 갖기는 어렵다. 국정지지율이 바닥 모르고 떨어지는 이유를 윤 대통령은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