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배경 아동, 한국 출신 아버지 역할 커”… 성장과 공존 위한 정책 제시
초록우산, 부산서 정책 토론회 개최
다문화 수기 공모전 시상식도 열려
부산에서 이주 배경 아동들이 공존하며 성장할 해법을 모색하고 관련 정책을 제안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 출신 아버지 역할이 큰 만큼 관련 지원이 필요하고, ‘이주’보다 ‘아동’이란 단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19일 오후 2시 부산 동구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서 ‘이주배경아동 성장과 공존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김희석 초록우산 부산본부장은 개회사에서 “정책 제안을 하려고 연구 조사를 했다”며 “유의미한 결론이 있을 텐데 지원할 영역이 많다”고 했다.
축사를 한 서지연 부산시의회 의원은 “부산은 이주배경아동과 유학생 유치를 강조하면서 복지 정책 등에는 크게 노력하지 않고 있다”며 “이주배경아동이 좀 더 활동할 수 있게 교육 프로그램 등을 많이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와 복지연구소가 ‘부산시 이주배경아동 권리 보장과 지원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며 토론회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배은석 고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주배경가족은 한국 출신 아버지가 많은데 그들을 위한 관련 프로그램이 미흡하다”며 각종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이주배경아동은 한국인 아버지 양육 태도에 큰 영향을 받았고, 차별을 당했을 때 참거나 넘어가는 비율이 63.3%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대적으로 한국 사회에 적응이 빠른 청소년은 가정 전체를 대표한다는 부담감을 가진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에 중도입국에 대한 초기 대응체계 구축, 새로운 수요 대응 프로그램 개발, 강점으로서 다문화 역량 개발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관, 학교 종사자 등은 이주배경아동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여러 정책을 언급했다. 신소윤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놀이를 통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자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한국어 수준도 향상됐다”며 “‘이주배경’보다는 ‘아동’ 발달과 특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나희 전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이주배경 아동 보호자가 관련 지원 센터에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한국 사회 적응에 필요한 방문 교육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세련 글로벌국제학교장은 “중도입국아동 약 80%가 한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취득해 한국에 뿌리를 내리는 국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입국부터 정착까지 교육과 사회복지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이들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미정 지사중 교사는 “중도입국하거나 외국인 학생은 부모 중 1명 이상이 한국어가 미숙한 경우가 많다”며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을 위한 한국어 방과 후 교과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인경 부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은 “부산시가 외국 국적 아동에 대한 보육료 지원 근거를 마련했지만, 2026년은 돼야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특히 미등록 아동도 차별 없이 보육 받을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들에 대해 이정순 부산시 인구정책담당관 다문화가정지원팀장은 “코로나19 이후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주배경아동은) 이중 언어에 강점이 있기에 학습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선 이주배경가정 수기 시상식도 열렸다. 초록우산은 올 5~9월 ‘다문화 속 초록빛 아이들 이야기’를 주제로 수기 공모를 받았고, 이주배경가정과 관련 시설 종사자 등 부산·울산·경남 시민이 지원했다.
대상은 ‘이제 한국 사람 다 됐네!’를 쓴 사토 유미코 씨에 돌아갔다. 일본 출신인 그는 한국에서 아들을 25년간 키운 이야기를 글로 정리했다. 적응이 어려웠던 아들이 대안학교에 진학하고, 투병 후 꿈을 찾아가는 모습을 소개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도움을 요청하며 마음을 나누고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토 유미코 씨는 “아들이 소설이나 영화 등은 다른 사람이 만들 수 있어도 자기 삶을 솔직하게 말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해줬다”며 “(수기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그것이 아픔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내용을 써서 너무 기쁘다”며 “나무처럼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우수상은 남동화 씨 ‘한국 베트남 혼혈이면 친구가 없을 줄 알았어’와 윤서현 씨 ‘내 미래의 길’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원필숙 씨 ‘씩씩한 오뚜기 지아 씨’, 김미나 씨 ‘다문화와 글로벌은 다르다’, 이기 씨 ‘새콤달콤 한국생활’, 이민성(가명) 씨 ‘프안’이 받았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