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자 색출까지… 극단에 매몰된 국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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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탄핵안 가결 후 찬성파 맹공
“배신자” 낙인 찍고 축출 주장도
한동훈 “임무 불가능” 대표 사퇴
대다수 민심 외면 행태에 비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히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히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탄핵 반대파인 친윤(친윤석열)계의 압박에 한동훈 대표가 16일 사퇴하는 등 국민의힘 내부 지형이 급변하는 모습이다. 특히 친윤계는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배신자” “부역자”로 낙인 찍으며 ‘색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당론보다 의원 개인의 양심을 우선토록 한 헌법 정신을 무시한 비민주적 행태일 뿐만 아니라, 탄핵을 요구한 80% 국민 여론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태다. “탄핵은 이재명에 정권을 헌납하는 행위”라는 오도된 정치공학 논리에 갇혀 대선 승리 관건인 중도층의 외면을 부르는 퇴행적 행태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탄핵안 표결 직후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찬성표를 던진 12명의 의원들에 대해 “나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명씩 일어나 찬반, 기권 등을 밝히자”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친윤 강경파 의원들은 15일에도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이기주의자와는 함께할 수 없다”(이상휘 의원), “배신자가 속출하는 자중지란의 무기력한 모습”(김승수 의원) 등 한 대표와 찬성파 의원들의 축출을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들 의원들을 ‘레밍’(나그네쥐)이라 부르며 징계를 요구하는 글을 SNS에 잇따라 올리고 있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TK(대구·경북) 지역 정치인들이 이런 주장에 앞장서고 있고, 경남 일부 의원들도 동조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탄핵안 표결 직전 ‘당론 찬성’을 주장한 한동훈 대표를 향해 “배신자는 당을 떠나라”고 포문을 열었고, 결국 한 대표는 이날 “더 이상 당 대표로서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사퇴했다. 다만 한 대표는 “국민의힘은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며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 같은 극단주의자에 동조한다면 보수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계엄 사태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친윤계가 이를 막은 한 대표를 몰아내는 장면이 어리둥절할 것”이라며 “한 대표의 ‘초보 리더십’이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세간의 떠돌던 친윤계 당권 장악 시나리오가 그대로 작동했다는 점에서 여론은 더 차가워질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의 정권 장악을 막겠다는 친윤계의 행태가 오히려 당 지지층을 극우 보수로 축소시켜 정권 재창출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거부로 지속되는 ‘계엄 리스크’를 탄핵안 처리로 여당과 일정 부분 분리해 냈는데, 찬성파 축출 시도가 이 리스크를 되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계엄은 정당한 통치행위’라고 주장할 거고, 수사에서 계엄의 진상이 계속 드러날 것”이라며 “그때마다 탄핵을 거부한 국민의힘은 점점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탄핵=보수 괴멸’을 외치는 당내 인사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친윤의 속내는 윤상현 의원의 ‘1년 지나면 다 찍어주더라’는 말에 집약돼 있다”며 “보수 전체의 운명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셈법이 이런 ‘민심 역주행’도 서슴지 않게 하는 토양”이라고 비판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탄핵에 반대하는 민심이 20% 남짓인 상황에서 이러한 분열은 최소한의 희망의 싹을 자르는 행위”라며 “강경 보수 의원들이 당을 지배하게 되면 ‘반이재명’ 성향이자 탄핵에 찬성하는 대다수 중도층의 마음마저 돌려 세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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