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징후 본격화… 자영업자도 기업도 ‘비명’
지난해 폐업자 수 98만 6000명
2006년 이후 최다… 폐업률 9.0%
소매업·서비스업·음식업 순 많아
내년 전망 조사도 ‘부정적’ 평가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가 98만 6000명으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낮아지던 폐업률은 9.0%를 기록, 7년 만에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올 들어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이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 지난달까지 1조 3019억 원 지급됐고, 신용보증재단 대위변제금이 2조 원을 넘겼다는 지표(부산일보 12월 26일 자 13면 보도)와 함께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징후로 읽힌다. 주요 기업이나 유통사들의 경기 전망에서도 ‘역대급’ 비명이 들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6일 발표한 ‘최근 폐업사업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는 98만 6000명에 달한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폐업률은 9.0%로 집계됐는데, 2016년 이후 7년 만에 전년 대비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국세청 자료를 보면 신규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은 79.4%에 달한다.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8곳이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사실상 자영업으로 진출해 생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만큼 경기가 나쁘다는 의미다.
업종별로 보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진입 문턱이 비교적 낮은 음식업(16.2%), 소매업(15.9%) 등 소상공인이 많은 업종의 폐업률이 평균보다 크게 높았다.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고 운용 자금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간이사업자의 폐업률(13.0%)이 일반사업자(8.7%)나 법인사업자(5.5%)보다 크게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0년과 비교해 2023년 폐업한 간이사업자 수는 36.4% 늘어 일반사업자(1.9%)나 법인사업자(12.0%)의 증가율보다 컸다. 폐업자 수는 소매업(27만 7000명), 기타 서비스업(21만 8000명), 음식업(15만 8000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실제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 중 ‘사업 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은 비중은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이유보다 장사가 안돼, 사업을 접었다는 얘기다. 폐업이유를 묻는 말에 ‘사업 부진’을 택한 비율은 48.9%에 달했다. 2010년(50.2%)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연령별로는 30세 미만(19.8%), 30대(13.6%) 사업자의 지난해 폐업률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았다.
문제는 올해는 물론 내년 전망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유통산업 전망조사를 보면 내년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이 0.4%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2020년(-1.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응답 업체 66.3%는 내년 유통시장이 올해보다 부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가장 많은 63.8%가 소비심리 위축을 꼽았다.
주요 대기업들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종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해 26일 발표했는데, 내년 1월 BSI 전망치가 84.6을 기록했다. 5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BSI는 2022년 4월(99.1) 100 아래로 떨어진 뒤 34개월(2년 10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한경협이 1975년 1월 BSI 조사를 시작한 이래 50년 만에 역대 최장 연속 부진 기록이다.
경총 이승용 경제분석팀장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이 높아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폐업하고 있다”며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수 활성화와 영세 소상공인 지원대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