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인 90% 체류 희망… 보험·일자리 정주 여건 절실 [부산, 외국인 환대도시로]
4 - 다문화 가정도 사회 구성원
부산·경남 등록 외국인 증가세
지역 인구 유출 감소분 떠받쳐
다문화 혼인 건수도 최근 급증
문화 차이 등 사회 갈등 우려도
제도 개선되면 인식 변화도 가능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체류 외국인만 250만 명을 넘겨 총인구 5%에 근접했다. 외국인 주민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그러나 정부 정책과 내국인 인식은 변화한 시대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제는 단순히 외국인 유입을 장려하기보다는 이들이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 이미 이민 사회 진입
이민 정책이 최근 저출생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인구 감소를 막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미 각종 언론 매체는 물론 직장이나 학교 등 일상에서 국내 체류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일민족을 표방하던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 새 급격하게 다문화 사회로 변화했다.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부산시 인구는 333만 1966명이다. 2020년 343만 8710명에 비해 10만여 명 줄었는데, 지난 5년 동안 내국인이 매년 평균 2만여 명 감소했다. 반면 등록 외국인 수는 2024년 11월 기준 6만 2973명으로 2020년 4만 6764명 대비 1만 6209명 증가했다. 최근 2년 동안 연간 6000~7000명으로 10% 이상씩 늘었다.
경남도 비슷한 상황이다. 2024년 11월 기준 경남 인구는 333만 1151명으로 2020년 340만 7455명보다 7만 6304명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등록 외국인 수는 6만 7239명에서 10만 1080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는 김해시, 창원시, 거제시, 양산시, 진주시 등 순으로 많다.
출생률 감소와 지역 인구 유출 등으로 인한 내국인 감소분을 외국인이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지방 소멸 위기 대안으로 출생률 높이기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입 병행이 거론되는 이유다.
■유치보다 정주 여건 확보가 우선
요즘 외국인이 한국에 정착하는 사례를 과거와 비교해 보면 달라진 점이 있다. 대개는 단기 취업 비자로 일하며 급여를 모은 후 본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일하고 머물며 장기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정주 환경 마련이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이민자 체류 실태·고용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중 ‘계속 체류’를 원하는 외국인은 90.4%로 집계됐다. 이 중 15.3%가 영주 자격, 9.3%가 한국 국적 취득을 희망했다. 15년 전 한국에 온 캐서린 피더(42·필리핀) 씨도 마찬가지다. 피더 씨는 “한국은 치안이 좋고 교통 등 여러 면에서 편리하다”며 “필리핀에서 창업하고픈 마음도 있지만 일자리가 있을 때까진 한국에 머물고 싶다”고 했다.
최근 부산시와 경남 지자체들은 앞다퉈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을 내놨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국어 교육과 자녀 장학금 지급, 결혼 이민자 취업 지원 등 큰 맥락은 같다. 서울과 경기도 안산, 경남 김해 등에서는 기존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외국인주민센터로 변경하고 생활 지원 서비스 대상을 외국 인력에서 주민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인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체류권과 사회권, 일자리라고 지적한다. (사)이주민과함께 정지숙 상임이사는 “우선 안정적인 체류권을 원한다. E-9(비전문취업비자)는 정주가 안 된다. E-7-4(숙련인력기능비자)로 전환하면 가능한데 그 자격을 갖추기가 어렵다”며 “건강 보험·자녀 등록 등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사회권 문제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주민과 같이 이주민 역시 일자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며 “그들도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정당한 권리를 누리며 평등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주민도 이웃’ 인식 필요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은 ‘빛과 그림자’라는 양면을 모두 갖고 있다. 먼저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를 경험한 독일과 프랑스 사례를 주목해 볼 만하다.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였던 두 나라는 어느 쪽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독일은 이주민을 노동력으로만 취급하고 사회통합 정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아 차별, 편견,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프랑스는 동화주의를 택해 이주민을 프랑스 문화에 적응·동화시켜 기존 프랑스 사회에 통합되게 했다.
한국 역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며 종교나 문화적 차이, 편견 등이 연쇄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문화 관련 각종 지표를 보면 이제는 ‘모두가 한국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이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질 시점이다.
통계청의 ‘2023년 다문화 인구 동태 통계’를 보면 다문화 혼인 건수는 부산이 2021년 614건에서 2023년 888건으로 크게 늘었고, 경남은 661건에서 1127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2023년 기준 전체 출생자 수 대비 다문화 부모의 출생아 수 비율도 경남이 5.7%를 기록해 부울경 지역 중 유일하게 전국 평균 5.3% 넘겼다. 부산과 울산은 각각 4.2%, 4.7%였다. 다양한 연령대의 이주민이 유치원, 학교, 직장 등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인식도 맞물려 변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이주민과함께 정지숙 상임이사는 “제도 변화와 인식 개선이 톱니바퀴같이 맞물려 가야 한다. 행동과 인식이 다를 땐 행동을 따라 인식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를 바꾸면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따라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이경민 기자 min@busan.com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