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A 크리스 반 두인 “도시 사회 변화·문화적 맥락 고려한 공간 창출 중요”
■부산국제건축제 21일 폐막…4만 5000명 다녀가
OMA, 리서치 조직 AMO 협업 남달라
마스터플랜 필요하지만 변화 가능해야
영주·안창마을 경사지 주거 연구 ‘눈길’
‘문화와 건축의 만남’ 주제전 높은 관심
“시립미술관 개보수, 섬세한 동선” 제언
<부산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는 OMA 파트너 크리스 반 두인 건축가. 부산국제건축제 제공
지난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를 찾은 OMA 파트너 크리스 반 두인 건축가가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부산국제건축제 제공
'2025 부산국제건축제’ 개막 첫날인 17일 OMA 파트너 크리스 반 두인 건축가가 초청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국제건축제 제공
“우리 회사의 특징은 건물과 도시 디자인뿐만 아니라 건축의 영역을 넘어서는 디자인도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출판물, 전시, 연구, 브랜드 아이덴티티, 패션쇼를 합니다. 우리는 건축가로서의 훈련을 통해 건물을 설계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러한 다른 관심 분야에서 얻은 지식을 건물을 설계할 때 다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17~21일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 초청 강연과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특별전을 맡아 부산을 찾은 OMA 파트너 크리스 반 두인 건축가가 들려준 말이다. OMA가 세계적인 건축 그룹으로 성장한 배경을 짐작할 만하다. 그는 1996년 OMA에 합류해 2014년 파트너가 된 후 시애틀 중앙도서관, 중국 베이징 CCTV 본사, 밀라노의 폰다치오네 프라다 등 널리 호평받는 건물을 설계했다. 최근에는 중국 샤먼의 조무 본사, 프랑스 보르도의 시몬 베일 다리, 독일 베를린의 악셀 슈프링거 캠퍼스, 미국 뉴욕주 버펄로 AKG 미술관, 대만 타이베이 공연예술센터를 완공했다.
지난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를 찾은 OMA 파트너 크리스 반 두인 건축가가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OMA는 1975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렘 콜하스를 비롯한 동료 건축가들에 의해 설립된 세계적인 건축 그룹이다. OMA는 기능적인 효율성이나 형식적인 아름다움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의 사회 변화와 그리고 문화적 맥락을 통합해 새로운 공간적 가능성을 창출하는 혁신적인 철학을 실현하고 있는 건축 그룹이기도 하다. 현재 7명의 파트너가 50개국 300여 명의 직원을 이끌고 있다. 주요 사무소는 로테르담, 뉴욕, 홍콩, 브리즈번에 두고 있다. 특히 자체 리서치 조직으로 자매사인 AMO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 중인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는 지난해 여름 첫 부산 방문 이후 10여 차례나 부산을 찾았다고 한다. “부산에 오니까 에너지와 활기가 넘치고, 경사지(산복도로) 주택과 바닷가 타워 아파트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저는 로테르담과 홍콩을 왔다 갔다 하며 살고 있는데 두 곳 모두 항구 도시여서 그 에너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부산도 아주 비슷합니다.” 그러면서 로테르담이 살기 좋은 이유로, 중심에 가면 밀도가 있고, 도시적인 활기도 있는데 10분 이내에 도시 전반을 둘러볼 수 있는 점을 꼽았다.
지난 17일 부산 벡스코를 찾은 박형준(오른쪽에서 두 번째) 부산시장이 OMA 파트너 크리스 반 두인 건축가의 안내로 ‘2025 부산국제건축제’ 전시장을 돌아보고 있다. 부산국제건축제 제공
지난 17~21일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 모습. 부산국제건축제 제공
이날 크리스는 “OMA가 진행한 약 50개 박물관·미술관 프로젝트 가운데 절반은 건설했다”면서 특징적인 건물을 소개했다. 이런 하이엔드 문화 프로젝트야말로 건축이 문화를 반영하고, 철학을 녹여낼 기회여서 OMA 건축가들은 매우 흥미롭게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예를 들면 OMA 최초의 뮤지엄(미술관)으로 설계한 로테르담 ‘쿤스탈’은 미술관 중앙을 가로지르는 공공 경사로가 인상적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폰다치오네 프라다’(프라다 재단)는 오래된 증류소를 개조한 것으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어떻게 함께 하나의 박물관을 형성할 수 있는가를 엿볼 수 있다.
포르투갈 포르투의 ‘카사 다 무지카’ 콘서트홀 설계도 흥미롭다. 1300석 규모의 대강당은 주름진 유리 외벽으로 둘러싸여 홀을 도시로 열고, 포르투의 도시 풍경을 공연의 극적인 배경으로 제공한다. ‘아부다비 공연예술의 집’은 아직 공모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인데, 연극과 음악 모두에 적합한 장소를 설계하는 프로젝트였다. OMA는 “건물은 2000석 규모의 원형 홀로 구성하되, 네 홀은 네 가지 공연 유형의 공간적·음향적 요구에 맞춰 네 가지 형태로 회전한다”고 제안했다. 외부에서는 옥상 미디어 스크린이 홀과 함께 회전하며 건물의 활기찬 공연을 도시와 생생하게 공유하는 것이다.
지난 17~21일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 OMA 특별전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7~21일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 OMA 특별전 모습. 부산국제건축제 제공
부산 전시를 △문화와 건축의 만남(건축전) △도시 전환기(도시전)로 나눈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리가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접근 방식을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일단 사회를 반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맥락을 흡수해 새로운 맥락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이번 도시전은 부산 스타일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전시 존에 들어서면 두 개의 벽이 보인다. 한 벽에는 수많은 미디어 기사가 보이고, 이것을 크리스는 ‘도전’이라고 명명했다. 다른 한 벽은 ‘기회’라고 지칭했다. 그는 “부산을 비롯한 아시아의 많은 사회는 기존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심대한 인구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출생률 감소, 고령화, 가구 구성의 변화는 성장 둔화만 아니라 많은 도시 지역의 전체 인구 감소를 예고하기에 이러한 변화는 도시 계획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더 이상 확장할 필요가 없는 도시는 어떻게 계획해야 하며, 인구 변화는 도전이 아니라 도시 재생과 혁신의 기회로 전환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스터플랜 사례집을 제안하며, 대안적인 도시 만들기 모델을 제안했다. 마스터플랜의 경우에도 성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유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환기했다. 대부분의 마스터플랜은 변하지 않는 최종 조건을 고려해 설계가 되지만, 실제로는 도시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변화 가능한 설계안 제공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지난 17~21일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 OMA 특별전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7~21일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 OMA 특별전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7~21일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 OMA 특별전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경사지 주거 재개발 연구’ 일환으로 영주동과 안창마을 사례 연구를 소개했다. 제시된 안은 소규모 단위(micro-grain)와 대규모 단지(macro-estate) 사이의 규모이다. 그는 커뮤니티 센터, 버스 정류장, 모노레일 연결 지점, 등산로 입구 등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공공 통로를 설정해, 일상이 경사면을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한 뒤 전망을 극대화한 타워형(아파트), 투과성이 높은 중심지를 만드는 층층이 배치된 도심형 빌라, 경사를 따라 층을 쌓은 연립주택, 가장 가파른 경사면에 자리 잡은 테라스형 주택을 지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역적 정체성을 느끼게 하면서도 넓게 연결되고, 고층 주거의 익명성에 대한 해결책이자 부산의 미래를 위한 대안 모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를 찾은 OMA 파트너 크리스 반 두인 건축가가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를 찾은 OMA 파트너 크리스 반 두인 건축가가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이 외에도 크리스는 “사람들은 종종 우리가 큰 건물만 짓는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작은 프로젝트도 하고, 공공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부산 광안리 프로젝트(2025~ )를 소개했다. OMA는 현재 광안리 해변 스탠드(좌석 구조물)와 공공 화장실을 설계 중이다. 또한 호텔, 아파트, 공공 프로그램을 결합한 복합 시설 ‘미포 엣지’(2024~ )가 진행 중이고, 부산항 1부두 설계에도 관심을 보였다.
지난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를 찾은 OMA 파트너 크리스 반 두인 건축가가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미술관과 박물관 설계 경험이 많은 만큼, 현재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인 부산시립미술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그는 “최근 몇 년간의 현대미술관 흐름은 미디어아트가 점점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이는 다시 말해 전통적인 화이트 큐브 기반의 미술관이 예술가들에겐 매우 통제된 환경을 제공하기에 이를 보완할, 전형적이지 않고 비정형적인 공간을 균형 있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공간 제공이야말로 작가나 큐레이터에게도 도전이 될 수 있다. 쿤스탈과 프라다 재단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 도착하는 방식,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방식도 경험의 일부라는 사실을 환기하며, 동선을 섬세하게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건축제’ 개막식 모습. 부산국제건축제 제공
한편 올해 부산국제건축제는 5일 동안 4만 5000여 명이 다녀갔다. 격년제로 열리는 부산국제건축제는 2년 전인 2023년에는 4만 2000여 명이 관람했다. 올해는 특히 어린이, 학생, 일반 시민, 건축 전문가 등 다양한 계층 방문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일반 시민 관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또한 ‘문화와 건축의 만남’이라는 주제와 연계한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강연에 좋은 평가가 있었다. 전시 중에는 내 주변 건축물(부산오페라하우스, 경사지 주거 등)과 ‘머무름의 공간-스테이 건축전’의 건축 재료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