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 단계 들어선 한일 ‘셔틀 외교’ [부산 한일 정상회담]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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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한마당 함께 쓰는 이웃”
이시바 “어떤 나라보다 긴밀 공조”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가 정착 단계로 들어섰다. 실용 외교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방침 속에서도 대일 정책에 대해서만은 큰 기조를 흔들지 않았다. 이번 부산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완연한 회복세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정상의 이번 부산 회담은 지난 8월 이 대통령의 방일 이후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3개월 만에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윤석열 정부 시절 크게 호전됐던 양국 관계가 재차 시험대를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내란 척결’ 기조 속에 전 정부 외교 정책 역시 원점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에 이시바 총리와 가진 첫 양자회담에서 “(한일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의견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를 넘어서 상호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하길 바란다”며 관계 정상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 해법인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으로서는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난 정부의 합의이지만, 국가로서의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국가의 대외 신뢰도를 감안해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임 정부 시절 현 여권이 강하게 비판한 해법이지만,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이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일본 측도 “두 정상이 한일관계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의 필요성을 확인했다”며 적극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2개월 뒤인 8월 들어 방미에 앞서 도쿄를 들러 이시바 총리와 재차 정상회담을 가졌고, 이시바 총리는 그로부터 한 달여 뒤 퇴임 전 마지막 외교 일정을 부산에서 이 대통령과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그 만큼 양국 관계 복원을 중요한 과제로 여긴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일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라는 표현을 재차 언급하면서 “셔틀 외교를 정착시켜서 한국과 일본사이에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함께 오가면서 공동의 발전을 기약했으면 좋겠다”면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회 문제부터 경제 문제를 넘어서 안보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정서적 교감도 함께하는 그런 아주 가까운 한일관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오늘의 정상회담이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내는 주춧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 역시 “한국과 일본 양국 간에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긴밀히 공조하면서, 그리고 빈번히 왕래하면서 이렇게 매번 만날 때마다 셔틀 외교의 성과를 낼 수 있게 노력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등 공통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양국 관계를 만들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회담은 한일 정상 간 ‘지역’이 핵심적인 의제로 논의됐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양국 간 협력의 외연을 지역 정책으로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퇴임을 코앞에 둔 이시바 총리와의 이번 회담 성과를 일본의 차기 정부로까지 연속성 있게 이어가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시바 총리가) 퇴임 후에도 정계 중견 정치인으로서 한일 관계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역할 해줄 것”이라고 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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