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조차 몰랐던 48년 생이별 달랜 ‘엄마의 밥 한 끼’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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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네덜란드 입양 여성
세 살 딸과 생모 찾아 부산행
출국 하루 전 극적으로 상봉
딸 못 잊고 혼자 살아온 엄마
손수 식사 차려 미안함 나눠

생후 3개월 당시 네덜란드로 입양된 A 씨가 지난 4일 생모 B 씨와 상봉했다. 해운대서 제공 생후 3개월 당시 네덜란드로 입양된 A 씨가 지난 4일 생모 B 씨와 상봉했다. 해운대서 제공

지난 4일 오후 1시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경찰서 직무교육장. 계단을 오르는 딸의 발소리가 들리자, 노모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두 사람은 문 앞에서 한동안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48년 전, 딸은 너무 어렸고, 어머니에겐 너무 오래된 기억이지만 모녀는 서로를 단번에 알아봤다.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해외로 입양된 한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48년 전 헤어진 생모와 극적으로 재회했다.

한국계 네덜란드인 A(48) 씨는 지난달 22일 부산 해운대경찰서 민원실 문을 두드렸다. 생후 3개월 만에 네덜란드로 입양되면서 헤어진 자신의 생모를 찾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해외 입양인·유아 시절 미아 등을 대상으로 헤어진 가족 찾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A 씨는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여행을 겸해 자신이 태어난 부산을 찾았다. 입양 이후 네덜란드의 한 가정에서 자란 A 씨는 현지인 남편과 결혼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A 씨는 1978년 6월 1일 부산 금정구(당시 동래구)의 한 의원에서 태어났다. A 씨는 3개월 뒤인 그해 9월 해외로 입양되면서 생모와 이별해야 했다. A 씨 생모는 자녀가 당시 궁핍했던 한국보다 해외에서 자라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미혼모였던 A 씨 생모는 홀로 자녀를 키울 여력이 없었다. A 씨 생부는 임신 사실을 듣자 연락이 끊겼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A 씨 생모는 미혼모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고 가족에게도 끝내 임신과 출산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A 씨에게서 출생과 입양 당시 기록을 함께 넘겨받은 경찰은 A 씨의 생모가 B(70·부산 서구) 씨인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B 씨를 만나 48년 전 헤어진 딸이 어머니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소식을 들은 B 씨의 첫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B 씨는 자신이 A 씨의 생모라는 사실을 부인했고, A 씨를 만날 의사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B 씨는 다시 경찰에게 연락해 사실을 인정하고, 딸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B 씨는 혼자 살고 있었다. 그리운 딸을 재회할 날을 기다리며 결혼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원실에서 A 씨를 처음 응대하고, B 씨와도 만났던 해운대경찰서 정지현 민원실장은 “B 씨가 막상 소식을 접하니 경황도 없고 덜컥 겁이 났던 것 같다”며 “B 씨와 A 씨가 서로를 쏙 빼닮아 처음 봤을 때부터 두 사람이 모녀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B 씨가 A 씨의 생모라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고, 두 사람의 상봉 행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A 씨가 출국해야 했던 지난 5일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했다. 상봉은 지난 4일 오후로 잡혔지만, 연휴가 낀 탓에 당시 서울에 머물고 있던 A 씨 모녀가 부산으로 올 기차표는 매진이었다. A 씨는 가까스로 지난 4일 오전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A 씨는 강서구 김해공항에서 해운대구 해운대경찰서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왔다.

B 씨는 행사장에서 이날 처음 만난 손녀의 다리를 연신 주물렀다. 한국어를 모르는 A 씨를 위해 경찰은 통역을 제공했다. A 씨는 어머니에게 “지금 행복하시냐” 물었고 B 씨는 딸에게 결혼은 했는지, 일할 때 아이는 누가 봐주는지 등을 궁금해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선물을 전했다. B 씨는 딸에게 은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언젠가 딸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오래전 준비했다고 한다. A 씨는 인삼 세트를 준비했다.

A 씨는 자신을 입양해 키운 네덜란드인 어머니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네덜란드인 어머니는 A 씨에게 친모를 만나면 꼭 얼굴을 보고 인사하고 싶다고 전했다고 한다. B 씨는 A 씨의 네덜란드인 어머니에게 “딸을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1시간가량 준비된 자리를 마친 뒤 가족은 부산 서구 B 씨의 집으로 향했다. B 씨는 딸과 손녀가 출국하기 전에 손수 밥을 차려주고 싶었다. A 씨는 다음 날 오전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가족은 이날 처음으로 함께 식사하며 시간을 보냈고, A 씨는 무사히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A 씨는 경찰에 “나에게 ‘인생을 바꿀만한 행사’를 선사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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