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부산의 7가지 맛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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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 오른 ‘돼지국밥’
안 먹고 가면 몹시 섭섭한 ‘밀면’
죽음과도 바꿀 만한 그 맛 ‘복국’
파도 소리 들으며 먹는 ‘생선회’
지명 자체가 브랜드 ‘구포국수’
특화거리 구경하는 재미 ‘어묵’
소시민의 길거리 음식 ‘씨앗호떡’
선물 꾸러미 같은 ‘유부 보따리’

씨앗호떡의 고향은 부산 남포동 거리이다. 평범한 호떡 사이에서 영양가와 식감을 높이기 위해 해바라기씨, 호박씨, 땅콩 등 다양한 견과류를 넣어 팔며 인기를 끌었다. 부산을 찾은 해외 기자단의 씨앗호떡 체험 모습. 부산일보DB 씨앗호떡의 고향은 부산 남포동 거리이다. 평범한 호떡 사이에서 영양가와 식감을 높이기 위해 해바라기씨, 호박씨, 땅콩 등 다양한 견과류를 넣어 팔며 인기를 끌었다. 부산을 찾은 해외 기자단의 씨앗호떡 체험 모습. 부산일보DB

숫자 7은 ‘행운의 숫자(Lucky Seven)’로 불린다. 무지개 색깔도 7가지, 방탄소년단(BTS) 멤버도 모두 7명이다. 부산은 공교롭게도 ‘세븐브릿지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BTS 공연이 다가오며 부산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식 도시’ 부산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부산이 만든 대표 음식 7개를 골라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 부산 대표 음식에는 첫 번째로 돼지국밥이 꼽힌다. 사실 돼지국밥은 부산에서는 한두 달에 한 번은 학교급식 식단에 꼭 포함될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다. 예전에는 돼지국밥에서 특유의 돼지 누린내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신생 돼지국밥집은 메뉴를 보지 않으면 카페나 고급 레스토랑으로 착각할 정도로 깔끔하다. 피란 시절 음식이었던 돼지국밥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쉐린 가이드>에도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진화한 돼지국밥집은 비좁은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중국·베트남·싱가포르 등 해외로도 진출하고 있다.


두 번째가 밀면이다. 예전에 밀면 장사는 여름 한 철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원한 밀면 한 그릇 하면 머리가 쨍하고 맑아지면서, 더위는 빙산이 녹듯이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여름으로 접어드는 계절에 ‘밀면 천국’ 부산에서 밀면 한 그릇 안 먹고 가면 섭섭하다. 밀면은 한국전쟁 당시 이북 출신 피란민들이 고향에서 먹던 냉면을 생각하며 처음 만들었다. 당시 구하기 힘들었던 메밀 대신 원조 물자로 들어온 밀가루로 면을 뽑아 실향의 아픔을 달래며 먹었던 음식이다. 육수에서 한약재 맛이 나는 밀면집들도 있으니 취향껏 골라 가면 되겠다.


복국 복국

세 번째는 복국이다. 복어! 소동파는 죽음과도 바꿀만한 맛이라고 했다. 전통의 부산 복요리에 최근 CNN방송까지 주목했다. 부산 복요리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지만, 일본과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부산의 복국은 뚝배기에 팔팔 끓여 내놓는다. 콩나물, 미나리, 마늘을 듬뿍 넣어 국물이 훨씬 시원하고 개운한 해장국 방식으로 진화했다. 부산 복국의 이야기를 더 감칠맛 나게 만드는 MSG가 있다. 바로 부산 남구 대연동 지하방에 모여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던 ‘초원복국’ 사건이다.


생선회 생선회

네 번째는 생선회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생선회를 가장 대중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다 냄새를 맡으며 생선회를 먹으면 훨씬 맛있다. 부산 사람들은 횟집에서도 ‘쓰키다시(부요리)’가 한상 좌악 깔리는 푸짐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시장 상인과 직접 흥정해서 마음에 드는 활어를 산 뒤 횟감을 별도로 횟집에 맡기는 ‘초장집’도 부산에서 시작됐다. 초장집에서는 대개 일반 횟집보다 저렴하게, 취향에 맞는 어종의 생선회를 즐길 수 있다.


구포국수 구포국수

다섯 번째는 구포국수다. 구포시장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고, 구포국수는 우리나라에서 지명 자체로 유명 브랜드가 된 최초의 사례다. 구포국수의 명성은 습기를 머금은 낙동강의 바람에서 나왔다고들 한다. 면발을 널어 말리는 과정에서 바다와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염분을 함유한 습기 많은 바람이 배어들어 짭짤한 맛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전통을 이어가는 금정구 남산동 ‘구포촌국수’나 구포시장의 ‘이원화 구포국시’에서 오리지널의 맛을 느껴 보시라.


부산어묵 부산어묵

여섯 번째는 부산어묵이다. 부산에는 확실히 포장마차와 오뎅바가 많다. 부산어묵이 시작된 부평시장 어묵특화거리를 찾아 다양한 부산어묵 가게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포장마차나 오뎅바를 찾았다면,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물떡이 필수다. 해운대해수욕장 입구 고래사 매장에 내걸린 거대한 꼬치어묵 조형물은 부산이 어묵의 도시라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어묵크로켓 열풍을 일으킨 삼진어묵은 어묵 업체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했다. 돌아갈 때 챙겨갈 선물로도 부산어묵을 추천한다.

일곱 번째는 길거리음식이다. 이제는 다소 흔해졌지만 씨앗호떡의 고향은 남포동 거리이다. 평범한 호떡 사이에서 영양가와 식감을 높이기 위해 해바라기씨, 호박씨, 땅콩 등 다양한 견과류를 넣은 게 신의 한 수였다. 남포동 거리에서 다 구워진 호떡의 옆구리를 가위로 갈라 그 안에 볶은 견과류를 듬뿍 채워 넣는 모습을 지켜보시라. 어쩌면 씨앗호떡은 팍팍한 삶 속에서도 무언가 소중한 희망을 채워 넣으려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유부전골 유부전골

부평시장에 가면 유부 보따리의 원조 ‘깡통골목할매 유부전골’도 만날 수 있다. 유부 보따리 속에는 각종 재료가 참 많이도 들어 선물 꾸러미 같다. 당면, 각종 채소, 버섯, 고기를 양념과 함께 넣어 유부 속을 만들고 미나리로 한 번 묶었다. 유부 보따리를 터트려 속 재료를 국물과 함께 뜨고 간장에 절인 파 하나 올려서 먹는 게 정석이다. 줄여서 ‘비당’이라고 부르는 비빔당면도 빠지면 섭섭하다. 비빔당면은 부평시장 ‘원조비빔당면’에서 처음 시작했다고 알려진다. 당면은 곧 잡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비빔당면은 국수도, 잡채도 아닌 처음 경험해 보는 맛을 선사한다. 부산의 맛은 무지개나 BTS처럼 다채롭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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