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한 달 전까지도 '콘텐트리중앙' 주식 사라더니…
IBK·메리츠·대신증권 보고서
영업 적자 불구 매수 의견 유지
지난 15일 관련 주식 거래 정지
서울 마포구 JTBC 본사 모습. 연합뉴스
중앙그룹 미디어 계열사인 '콘텐트리중앙'이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가운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불과 한 달여 전까지 일제히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리포트마다 재무구조 악화를 경고하면서도 실적 개선 기대를 앞세워 매수 의견을 거두지 않았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지난달 22일 보고서에서 콘텐트리중앙의 1분기 영업적자(16억 원)에도 연간 영업이익 368억 원을 전망하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만 3000원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악화된 재무구조는 주가에 부담 요인”이라며 “향후 재무구조 개선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메리츠증권도 같은 달 15일 보고서에서 콘텐트리중앙이 “어려운 상황 속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다만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종전 283억 원에서 183억 원으로 35% 하향했고, 목표주가도 1만 5000원에서 1만 2500원으로 낮췄다. 대신증권 역시 5월 8일 보고서에서 ‘매수’를 유지하되 목표주가를 1만 3000원에서 1만 원으로 내렸다. 317%에 달하는 부채비율과 월드컵 중계권료 부담을 리스크로 제시했다.
세 보고서 모두 자회사 SLL의 흑자 전환과 관객수 증가에 따른 메가박스 실적 개선을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부채비율 317%, 순차입금 1조 원대라는 수치를 스스로 적시하면서도 이를 매수 의견을 철회할 근거로 연결하지 않은 점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이었다는 비판이 따른다.
결국 이달 12일 JTBC가 206억 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JTBC를 포함해 중앙홀딩스·콘텐트리중앙·중앙피앤아이·메가박스중앙 등 중앙그룹 5개사가 기업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이 중 상장사인 콘텐트리중앙의 주식 거래는 15일부터 정지됐다.
콘텐트리중앙은 지난해 6년 만의 영업흑자 전환(영업이익 88억 원)에 성공하며 회복 기대를 키웠으나 1조 원이 넘는 차입금 부담을 끝내 넘지 못했다. 세 증권사 보고서는 실적 개선 흐름에 집중한 나머지 유동성 위기를 선제적으로 포착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게 됐다.
한편, 국내 증권사들이 매수 일변도의 리서치 관행을 보여왔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커버리지 기업에 매도 의견을 냈다가 IR 접근이 차단되거나 기업금융 수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이 애널리스트의 독립적 판단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애널리스트 보고서 중 매도 의견은 0.1%에 불과했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